알 수 없는 경로로 가상화폐 전자지갑에 잘못 이체된 비트코인을 사용한 사람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를 받은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13일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6월 알 수 없는 경위로 전자지갑에 입금된 외국인의 199.999 비트코인 중 199.994비트코인을 자신의 다른 계좌에 이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이체한 비트코인을 개인적인 용도로 쓰다가 이듬해 재판에 넘겨지기 직전 피해자에게 158.22비트코인을 반환했다. A씨는 약 14억원 이득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횡령 혐의가 법정에서 유죄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A씨에게 비트코인을 그대로 보관해둬야 할 의무가 있었다면서 배임죄도 적용했다. 1·2심은 비트코인이 물리적 실체가 없고 사무적으로 관리되는 디지털 전자정보에 불과하다며 횡령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고, 배임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별다른 이유 없이 타인 소유의 비트코인을 이체 받아 보관하게 됐다면 ‘부당이득’에 해당해 반환해야 하며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따라 반환 때까지 피해자의 재산을 보호하고 관리할 의무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가상자산 권리자의 착오나 가상자산 운영 시스템의 오류 등으로 법률상 원인 관계 없이 다른 사람의 가상자산 전자지갑에 이체된 경우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면서도 “이는 (배임죄 처벌 대상이 아닌) 당사자 사이의 민사상 채무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