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민단체가 연대한‘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이 1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제대로 된 직권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해 7월 인권위에 해당 의혹에 대한 직권 조사를 촉구하는 요청서를 제출했다. 인권위는 이날 전원위원회에서 박 전 시장 의혹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다. /박상훈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이 있었다는 국가인권위원회 직권 조사 결과를 취소해 달라고 박 전 시장 유족이 낸 소송에서 재판부가 결과의 근거가 된 자료들을 제출해 달라고 인권위에 요청했다. 이에 인권위는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명했다.

3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 8부(재판장 이종환)는 박 전 시장 부인 강난희씨가 인권위를 상대로 “권고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의 2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인권위 측에 “이번 사건의 주문과 사실 인정을 내린 근거들을 제출해 달라”고 했다. 앞서 강씨 측은 ‘인권위가 사건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제출하도록 재판부가 명령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재판부는 인권위 결정문에 언급되는 제 3자의 진술, 포렌식 결과, 문자메시지 내용 등 인권위 주문의 근거가 된 자료의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측 대리인은 “사건 당시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심각했다. 지금도 이미 실명까지 노출돼 피해를 입고 있다”며 문서제출이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재판부는 “인권위 측에서도 주문을 내리게 된 근거를 예비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 같다”며 “재판부에 제출하는 것은 공표가 아니다”고 했다.

강씨는 이날 재판에 참석해 발언권을 얻어 “법치국가이기 때문에 판사님의 정확한 판단을 믿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18일 3차 변론을 진행하되, 양측이 자료를 모두 제출하면 이날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앞서 지난 1월 25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인권위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인권위는 해당 결정의 근거로 피해자의 휴대전화 포렌식 등 증거자료, 참고인 진술, 피해자 진술 내용 등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