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강력 범죄자의 출소 후 관리를 위해 부착하는 전자발찌 훼손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전남 장흥군의 한 성 범죄자는 야산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8일째 도주 중이다. 지난달 서울의 한 사기 전과자도 전자발찌를 끊고 아직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발찌 훼손 사례는 2018년 23건에서 지난해 13건으로 줄었으나 올해는 8월 현재 이미 13건의 훼손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달 26일 전자발찌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던 박범계 법무장관의 자화자찬이 무색한 상황이다.
현재 전자발찌 착용자는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법무부의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서 일괄 통제한다. 7월 현재 4866명이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법무부 감시를 받고 있다. 성폭력 사범이 절반이 넘는 2586명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살인 전과자로 457명이다.
센터에서는 전자발찌가 보내오는 위치 신호로 이들의 실시간 동선을 파악한다. 전자발찌를 훼손하면 즉시 기기에서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센터에 신호를 보내온다. 그러면 센터는 경찰과 관할 보호관찰소에 착용자의 신상 정보를 고지하고 도주 사실을 알린다. 이후 경찰 등 수사 기관의 검거 작업이 이뤄지는 식이다.
문제는 전자발찌를 끊고 나서야 경찰 등이 출동한다는 데 있다. 박 장관도 지난달 센터를 방문해 “기계를 절단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전문가들은 센터의 모니터링 시스템이 경찰에도 연동돼야 그나마 실시간 대응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시스템으로는 위치 추적과 상관없이 거주지 인근에서 벌어지는 범행을 막기 힘들다”고 했다.
법무부의 위치 정보를 경찰과 실시간 공유해도 전자발찌를 찬 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파악이 어려워 ‘전자발찌 무용론’도 제기된다. 전자발찌를 찬 채 성폭행을 저지르는 범죄가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무부는 전자발찌 착용자마다 보호관찰관을 붙여 이들을 정기적으로 감시하지만 인력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감시 인력이 일대일로 통제하는 전자발찌 착용자는 19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4847명은 전담 직원 281명이 감시하고 있다. 1인당 17명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