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과 김 대법원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경찰로부터 김명수 대법원장의 ‘공관 리모델링 예산 전용’ 의혹 사건 수사 기록 목록 등을 넘겨받아 3개월여 동안 검토했으나 직접 수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사건이 경찰에 고발된 것은 2019년 11월이다. 경찰이 그동안 결론을 내리지 않고, 공수처도 수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1년 8개월째 겉돌고 있는 것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2월 경찰에 협조 공문을 보내 ‘공수처 대상 사건’을 알려달라고 요청했고, 경찰은 김 대법원장의 ‘공관 예산 전용’ 의혹 고발장과 사건 수사 기록 목록 등을 넘겨줬다. 공수처법에 수사기관은 고위 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공수처는 3개월여 동안 사건을 들고 있다가 지난 5월 말 경찰에 ‘수사 불개시’ 통보를 했다. 공수처가 직접 수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한 변호사가 2019년 11월 김 대법원장이 공관 리모델링을 위해 예산 4억7000여만원을 무단으로 전용했다며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사건이다. 2019년 감사원 감사에서 법원행정처는 2017년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대법원장 공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족한 돈을 다른 용도로 지정된 예산에서 끌어와 전용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행정처는 당시 예산 전용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결정은 전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에 이뤄졌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 서초경찰서는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사실관계가 명백한 대법원장 사건을 직접 수사하지 않고 경찰에 미루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선 이미 검찰에서 자체 종결된 ’옵티머스 사건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해 고발장이 들어왔다고 수사하겠다고 나선 공수처가 대법원장 사건을 모른 척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