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옛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의 강압 수사와 고문으로 간첩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9부(재판장 한정석)는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 사망한 A씨 유족과 집행유예로 석방됐던 B씨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B씨는 1970년 12월 간첩 사건에 연루돼 중앙정보부에 구속됐고, 1심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각각 징역 7년·자격정지 7년,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B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감형됐고, A씨는 대법원에서 1심 형량이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출소를 얼마 앞두지 않은 1977년 2월 고문 후유증 등으로 교도소에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유족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중앙지법은 2018년 5월 A씨 등의 검거·구속영장 발부의 이유가 된 간첩 사건이 중정의 불법 체포·감금으로 받아낸 C씨의 진술에 근거를 둔 점 등을 고려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후 재심 재판부는 지난해 5월 “망인에 대해 고문 등 자백 강요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망인과 C씨의 경찰·검찰 자백은 고문 등으로 임의성 없는 심리 상태로 이뤄져 증거능력이 없다”며 약 50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B씨도 재심을 청구해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후 A씨와 B씨의 가족들은 지난해 11월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으로 생긴 손해에 대해선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당시 중정 수사관들이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증거를 수집하고 고문을 통해 자백을 받아내 기소한 행위는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당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면 구 반공법위반죄로 형사처벌받을 경우 당사자뿐만 아니라 형제, 자매를 포함한 가족까지도 사회적 차별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A씨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이미 지급된 형사보상금을 제외한 12억2000여만원을 국가가 민사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B씨의 가족에게는 형사보상금을 제외하고 약 1억63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