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재수사가 이뤄졌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이 모두 무죄로 선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0일 대법원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심에서 김 전 차관에게 유일하게 유죄가 선고됐던 뇌물 혐의에 대해 “관련 핵심 진술이 거짓일 가능성이 있다”며 사실상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또 성 접대 부분을 포함한 나머지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선 증거 부족과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무죄를 확정했다.

8개월만에 집으로 - 10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법원의 보석 허가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이날 대법원은 2심에서 유일하게 유죄가 선고됐던 김 전 차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증인의 핵심 진술이 거짓일 가능성이 있다”며 파기 환송 판결을 내렸다. /이태경 기자

앞서 문 대통령은 2019년 3월 김 전 차관의 이른바 ‘별장 성(性) 접대 의혹’을 거론하며 “검경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이 사건 등을 조사하던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활동 기간을 2개월 연장하고, 검사 13명으로 구성된 ‘김학의 사건’ 별도 수사단도 만들었다. 수사단은 그해 6월 김 전 차관을 사업가 윤중천씨와 최모씨, 김모씨에게서 약 2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2006~2008년 발생한 성 접대 부분은 공소시효의 한계로 성폭행이나 특수강간죄 대신 다른 뇌물 혐의(공소시효 15년)에 포함해 기소했다.

그러나 1심은 전부 무죄를, 2심은 김 전 차관이 최씨에게서 받은 법인 카드 등 4300만원의 뇌물 수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윤씨에게서 ‘성 접대’를 포함해 뇌물 1억3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선 1·2심 모두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날 대법원은 김 전 차관 공소사실 중 유일하게 유죄로 인정된 ‘최씨로부터 4300만원 뇌물 수수’ 부분도 파기했다. 대법원은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최씨가 1·2심 법원의 증인 신문 전에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불려갔다는 점을 지적하며 “검찰 면담 직후 이뤄진 (법원) 증인 신문에서 최씨는 종전 진술을 번복하고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점점 구체적으로 했다”며 “검찰의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의 영향을 받아 진술을 변경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증인(최씨)에 대한 회유가 없었다는 사정은 (추후) 검사가 사전 면담 시점, 이유와 방법, 구체적 내용 등을 밝힘으로써 직접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로써 2012년 ‘별장 성 접대’ 동영상 파문으로 시작된 ‘김학의 사건’은 향후 파기 환송심에서 검찰이 최씨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무죄 선고가 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미 두 차례 검찰 수사가 이뤄졌던 사건을 문 대통령 지시로 세 번째로 수사했지만 똑같이 실체를 밝히지 못했다는 평가를 듣게 될 공산이 커진 것이다. 이에 대해 ‘김학의 수사팀’은 “증인 사전 면담은 검찰사건사무규칙 189조에 근거한 적법한 조치”라며 “증인에 대한 회유나 압박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법원은 김 전 차관 측이 지난 2월 청구했던 보석도 허가했다. 작년 10월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던 김 전 차관은 8개월 만에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