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하고는 가족들이 질투할 정도로 가깝게 지냈어요.아들한테도 ‘야 임마, 너보다 낫다’고 할 정도로..”
9일 서울고법 형사 1부 심리로 열린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2심 재판에서 윤의국 고려신용정보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부시장은 윤 회장으로부터 무이자로 2억 5000만원을 대여받고, 책값·선물값 등을 대납받은 혐의(뇌물)를 받고 있다.
◇”나 때문에 강남아파트 사서 손해봐” 회장님의 자책
하지만 윤 회장은 이날 법정에서 “뇌물이 아니라 친분관계에서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1년 무이자 2억 5000대여에 대해 “(IBRD에 발령받아) 미국 가게 되면 3~4년 있다 오고, 내가 여기 (강남 아파트 사서)재테크 해놓으면 되겠다고 했는데 지가 돈이 없다고 해서 내가 무이자 꿔준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로 인해 손해를 4000~5000봤기 때문에 (꿔준 돈을) 안 받았으면 좋겠는데 와이프가 받으라고 해서 받은 것”이라고도 했다.
유 전 부시장이 윤 회장 권유에 따라 아파트를 구매한 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가격이 하락했는데 윤 회장은 이를 두고 “나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한 것이다. 그는
“지금은 10억 가까이 올랐다”고 했다.
그는 유 전 부시장 부탁으로 2018년 유 전 부시장의 지인 3명에게 한 세트당 38만원의 한우 세트를 보내기도 했다. 이 부분은 청탁금지법 위반(총액 100만원 초과)으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아들이 대신 보내 윤 회장은 가격을 몰랐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윤 회장은 “내가 재수한테 ‘니가(유 전 부시장) 신세진 사람 있으면 얘기해, 거래처 보내는 수준으로 보내 줄게’라고 해서 보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한우를 보낸 것은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고려신용정보에서 거래처에 보내는 수준에 대해 그는 “한 달 전 명단을 받아 거래처별로 A·B·C등급으로 분류해 보낸다”고 했다. ‘한우세트’에 대해서도 보고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유재수 어떻게 친해졌냐” 질문에 “등잔불 밑에서 자랐다고 해서”
윤 회장은 유 전 부시장과 25년 이상 알고 지낸 사이로, 한 달에 5~6번 이상 만났다고 했다. 아들이 유 전 부시장을 만난 횟수를 포함하면 한 달 10번 이상 만나는 관계라고 했다. 그는 “유 전 부시장을 어떤 경위로 만났느냐”는 검찰 질문에 “고향 사람인 홍재형 부총리가 ‘똘똘한 사무관이니 눈여겨 보라’고 해서 소개를 받았다 “고 했다. 그러면서 “유 전 부시장이 화천에서 등잔불 밑에서 자랐다고 하고, 눈 오는 겨울에는 산에서 토끼 잡았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자라 동질감을 느껴 자주 만났다”고 했다.
그는 “유 전 부시장에게 무이자로 돈도 빌려주고 아파트 손실난 것도 보전해 줬는데 유재수가 금융관료가 아니어도 그렇게 했을 것 같느냐”고 묻자 “금융관료가 아니어도 해줬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유 전 부시장에게 준 금품이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없어 뇌물이 아니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그가 회장으로 있는 고려신용정보의 규모와 영업 이익에 대해 물었다. 그는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152억, 종업원은 4200여명”이라고 답했다. 고려신용정보는 채권 추심업계 1위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채권추심법을 위반하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윤 회장이 준 금품 중 명절 선물과 아들 용돈(100만원)을 제외한 모두에 대해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인정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도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였다는 윤 회장 증언 내용은 규범적으로 판단하겠다”고 했다.
윤 회장 진술이 아닌 사회 통념에 따라 뇌물성을 판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검찰 “김학의처럼, 업자로부터 지속적으로 뇌물 받은 것”
유 전 부시장이 1심에서 받은 것으로 인정된 뇌물액은 4200만원이다. 법원은 ‘친한 사이에서 받은 뇌물’이라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김학의 전 차관 뇌물수수 판결문과 금융위 과장에 대한 뇌물수수 판결문을 제출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의 경우 수수 금액이 4400만원이었는데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고 했다. 금융위 과장에 대해서는 “유 전 부시장보다 직급이 낮고 수수액도 절반 가량인 2700만원인데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이 검사가 사업가로부터 지속적으로 뇌물을 수수한 것과 마찬가지로 유재수 전 부시장도 금융관료로서 금융업자로부터 지속적인 뇌물을 수수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