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조선DB

말다툼 끝에 아내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인근 풀숲에 유기한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1-1부(재판장 이현우·황의동·황승태)는 살인·시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A(51)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인천시 한 식당 주차장에서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내 B씨와 말다툼을 한 뒤 B씨의 목을 밟아 살해하고 시신을 인근 풀숲에 버린 혐의로 기소됐다. 지인의 실종신고 뒤 경찰이 열흘 만에 부패한 상태의 B씨 시신을 발견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5월 B씨와 결혼했다가 5개월 만에 이혼했고, 2019년 1월 재결합했다고 한다. A씨는 평소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만나는 문제로 B씨와 자주 다퉜고, B씨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자백했다가 “아내가 혼자 차량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치며 자해하다가 숨졌다”며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법정에서는 “아내가 갑자기 차에서 내려 사라졌고, 사체를 풀숲에 버린 사실도 없다”며 재차 말을 바꾸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목격자 진술이나 범행 장면이 촬영된 방범카메라 등의 증거는 없다면서도 “A씨의 심리 상태나 살인 동기로 볼 수 있는 정황, 행적, 진술의 신빙성 등을 모두 살펴보면 유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A씨는 사건 당일 B씨의 휴대전화와 지갑을 버리고, 차량 내부를 세차하고 블랙박스 영상을 일부 삭제하는 등 의심스러운 행적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A씨는 항소심에서도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도 크며, 범행을 참회하기는커녕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줄곧 부인하고 있다”며 “원심이 중요 정상을 고려해 적정하게 형량을 결정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