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 소송 선고공판이 열린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1.4.21/연합뉴스

법원은 21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하면서 “2015년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에 의해 이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대체적 권리 구제 수단’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을 낸 위안부 피해자들은 지금까지 “우리 법원이 국제법상의 ‘국가 면제’를 근거로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 수단이 박탈된다”고 해왔는데 이에 대해 재판부가 “한일 합의라는 다른 권리 구제 수단이 이미 존재한다”고 밝힌 것이다.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 때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이듬해 한국 정부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했다. 일본은 정부 예산 10억엔(약 103억원)을 재단 기금으로 출연했다.

재판부는 “(재단을 통해) 전체 국내 위안부 피해자(240명) 중 99명(41.3%)에게 현금 지원이 이뤄진 점을 볼 때 이 합의가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동안 위안부 할머니들과 관련 민간 단체는 박근혜 정부가 당시 최종 한일 합의안을 피해자들에게 공유하지 않았다는 절차상 문제를 들어 ‘합의 무효’를 주장해왔다. 문재인 정부도 2017년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한일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었고, 2019년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날 “대한민국이 피해자 연령 등을 고려해 조속한 시일 내 피해 회복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마련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합의와 후속 조치에 의해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대체적인 권리 구제 수단이 마련됐으며 현재도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화해·치유재단 설립 허가 취소는 이 재단이 더 이상 한국에서 활동할 수 없다는 의미에 국한될 뿐이고 한일 합의의 효력이나 일본과의 대외적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