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대구 서구 한 염색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공장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가 적용되면 월급이 2/3정도로 줄어들고 과태료를 내야하니까 주문이 많이 들어와도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김동환 기자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약칭 ‘상생협력법’)’에 대해 대법원이 ‘신중·보완 검토가 필요하다'는 부정적 의견을 냈다.

19일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상생협력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의견조회에 이 같이 답했다. 상생협력법 개정안은 대기업이 그간 거래해 온 중소기업 물품과 유사한 물품을 만들거나, 이런 물품을 만들도록 다른 중소기업에 제조를 위탁한 경우 대기업의 기술유용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입증책임을 대기업에 부과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피해를 주장하는 원고에게 입증책임을 지게 하는 민사법 체계와 배치되는 것이어서 개정안 논의 때부터 법조계에선 위헌 논란까지 나왔었다.

이 법은 중소기업 기술을 탈취한 대기업에는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내용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계에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을 부추기고, 기업 간 협력이 저해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개정에 반대했었다. 업계에선 ‘동반공멸법’이라는 비아냥도 나왔었다.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인 이 개정안은 지난달 국회 상임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서 사법부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현재는 국회 계류 중이다.

대법원은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대법원은 대기업에 중소기업 기술을 뺏지 않았다는 점을 ‘구체적 행위 태양’을 들어 입증하도록 한 개정안 내용에 대해 “구체적 행위 태양이 무엇인지 국내 현행법상 정의된 바가 없어 개정안과 같이 일반적으로 기술하면 그 범위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문을 ‘기술자료 유용 행위의 구체적 행위 태양’으로 좁혀 명확하게 규정하라고 제안했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사용하는 결제대금 예치계좌는 압류할 수 없도록 한 개정안 내용에 대해서는 “압류금지 규정은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하며,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형평을 고려해야 한다”며 삭제할 것을 제안했다.

이 밖에 손해배상청구소송시 법원이 자료제출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명령에 불복하는 당사자에게 과도한 불이익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의도적으로 악용해 입증 책임을 완화하려는 시도 또한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자료제출 명령시 불복할 수 있는 방법을 규율하고, 자료 제출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