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이상직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등 혐의를 수사 중인 전주지검 수사팀이 최근 대검에 이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보고했지만 대검은 승인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이 의원의 혐의를 입증할 만큼 수사가 진척됐으니 지금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수사팀 입장과 ‘이 의원 수사가 선거에 미칠 영향도 감안해야 한다’는 대검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의원의 횡령·배임 등 혐의를 수사 중인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 임일수)는 최근 대검에 ‘이 의원에 대해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수사팀은 이 의원을 지난 2월 비공개 소환조사하는 등 불구속 수사를 이어왔는데, 이달 초 이 의원의 조카이면서 이스타항공 재무팀장인 A씨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되면서 이 의원도 구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된 A씨가 이스타항공의 회삿돈을 횡령해 이 돈으로 이 의원의 두 자녀가 이 항공사 최대 주주가 되도록 도운 것은 이 의원의 지시에 따른 것이란 입장을 밝힌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지난 10일 전주지법에서 열린 A씨 재판에서는 이 의원의 ‘지시’ 정황에 대한 증언이 나왔다. A씨의 변호인은 “A씨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직원일 뿐”이라며 “최정점에 이 의원이 있는 것이고 A씨는 실무자 중 실무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보면 A씨를 주어로 하는 경우보다 이상직 의원을 주어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경제적 이득을 얻은 사람도 이상직 의원으로 돼 있는데 기소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지시 여부는 밝히지 않았지만 A씨가 이 의원의 지시에 따라 범행했다고 풀이될 수 있는 증언이었다.

이런 이유로 그간 법조계에서는 이번 검찰 수사가 ‘윗선’인 이 의원을 향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스타항공노조와 국민의힘은 지난해 7~9월 이 의원과 이스타항공 임직원 등을 업무상 배임·횡령, 불법 증여, 조세포탈 등 혐의로 고발했는데, 사실상 이를 주도한 것은 창업주인 이 의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이 의원을 소환조사한 수사팀은 최근 A씨의 법정 증언 등을 고려해 이 의원에 대한 구속수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등 대검 지휘부는 선거 전 민감한 사건은 수사를 잠시 중단하는 관행에 따라 영장 청구도 선거 뒤로 미루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하는 수사팀 입장과 선거에 미칠 파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휘부 입장이 다 일리가 있다”며 “2020년 총선 전에도 청와대의 선거개입 사건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사건 외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지난 2월 3일 선고기일이 잡혔다가 “기록 검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재판부 판단에 따라 지난 19일 변론이 재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