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 내 내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사용했던 장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 인사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법무부 제공

이르면 내주 초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앞두고 박범계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5일 두 번째 회동을 가졌다. 법무부 안팎에서는 “박 장관이 추미애 전 장관과 달리 인사 협의를 하는 모양새는 갖췄지만, ‘정권 충성도'가 척도가 되는 인사 기조는 추 전 장관 때와 똑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각종 정권 수사를 뭉개왔다는 비판을 받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청와대 의중에 따라 유임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날 “박 장관이 서울고검 청사에서 윤 총장을 만나 검찰 인사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며 “박 장관은 배석자 없이 윤 총장이 준비해 온 서면을 기초로 이번 인사에 관한 의견을 들은 후 인사의 방향, 범위 및 주요 인사에 대한 설명을 총장에게 구두로 전달했다”고 했다. 지난 2일에 이어 검찰 인사 관련 두 번째 만남이었다. 법무부가 ‘구두(口頭)로 전달했다’고 밝혔듯 박 장관은 윤 총장에게 구체적 인사안은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윤 총장은 이 지검장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등 각종 사건에서 논란이 된 ‘추미애 라인’ 검사들에 대해 ‘문책성 인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이미 내부 지휘권을 상실한 이 지검장이 계속 중앙지검장으로 있으면 사건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박 장관은 “반대해도 이 지검장은 유임시킬 것”이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추 라인' 간부들 역시 중요 보직을 맡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박 장관이 윤 총장을 2차례 만나고 이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보여주기식 쇼’”라는 말이 나왔다. 청와대의 검찰 인사 기류가 이미 정해진 상황에서 박 장관이 윤 총장 의견을 듣는 형식만 취했다는 것이다.

한 법조인은 “이 지검장이 유임되면 작년 내내 그랬듯이 서울중앙지검에서 권력형 비리수사가 이뤄지는 것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청와대도 그런 이유로 이 지검장을 유임시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반면, 지난해 추 전 장관에 의해 세 번 좌천 인사를 당한 한동훈 검사장은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 그대로 남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