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뉴시스

박범계 법무장관 후보자가 최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검찰 인사를 준비하겠다'고 보고하자 제동을 걸고 사실상 ‘주의’를 준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법무부와 검찰에서는 “박 후보자가 ‘그걸 왜 지금 심 국장이 준비하느냐’는 식으로 얘기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심 국장은 대표적인 ‘추미애 라인’이다. 작년 말 추 장관이 밀어붙인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국면에선 제보자와 증인, 징계위원 등 혼자 ‘1인 5역’을 담당했다.

이번 검찰 인사는 일단 1월 말 간부급, 2월 초 평검사 인사의 수순으로 예정돼 있다. 박 후보자가 심 국장에게 인사 준비를 중단하라고 한 것을 두고 검찰 일각에선 “지난 1년간 ‘추미애 라인’만 중용했던 인사 기조에 다소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박 후보자는 지난 5일부터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서 법무부 간부들로부터 청문회 준비를 겸한 업무 보고를 받았다. 거기서 심 국장이 곧 있을 검찰 인사안을 짜겠다고 하자 박 후보자가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2019년 12월 9일 오전,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심재철 당시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대변인./고운호 기자

앞서 법조계에서는 “심 국장이 두문불출하면서 ‘추미애 라인’ 중심의 인사안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추미애 장관이 즉각 사임하지 않고 박 후보자 임명 때까지 장관직을 수행하는 상황과 맞물려 향후 인사에도 추 장관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박 후보자는 이번 인사는 자기 책임하에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4일 검찰 기자실을 찾아 “검찰총장과 (검찰 인사를) 협의하게 돼 있다”며 “좋은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총장 패싱’ 인사를 반복했던 추 장관과는 달리 협의하는 모양새는 갖추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한 법조인은 “그런 생각을 가진 박 후보자가 추 장관 ‘심복'인 심 국장에게 인사를 맡기고 싶겠느냐”고 했다.

일선 검사들은 월성 원전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지휘부, 조국 일가 사건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수사했다가 좌천된 ‘정권 수사’ 검사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국장으로 대표되는 ‘추 라인’ 검사들의 운명이 어떻게 되느냐가 이번 인사의 포인트로 보고 있다. 크게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준비단은 12일 “‘장관 후보자가 검찰국장에게 주의를 줬다’는 취지의 기사와 관련하여 박범계 후보자의 입장을 전해드린다”며 입장문을 내고 “후보자로서 경청할 시기이며, 서초동에 처음 오던 날도 스스로 겸손을 강조한 바 있다.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 진의와 다르게 보도되어 유감이다. 더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