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관리 시설인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 이상 발생한 방역 참사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6일 수용자의 인권 보호를 촉구하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동부구치소 수용자 4명은 정부의 방역 소홀로 피해를 입었다며 법원에 1인당 1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무능한 법무부 무능한 대통령'이라고 쓴 종이를 창문 밖 취재진에게 내보이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동부구치소 수용자 66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2021.1.6/연합뉴스

이날 서울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 확진자는 전날 직원과 수용자에게 실시한 6차 전수 검사 결과와 다른 수용 시설로 이감된 동부구치소 수용자 가운데 모두 77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총 1166명으로 늘어났다. 전체 동부구치소 수용자 2419명의 46%가 코로나에 감염된 것이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이날 동부구치소 사태를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집단감염과 확산이라는 중대한 재난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어떤 조건에 있든 그 사람의 생명과 건강이 차별 없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인권의 원칙을 강조하고자 성명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어 “교정기관은 수용자 감염 및 치료 상황, 처우 상황, 조치 계획 등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리고 방역 당국과의 적극적인 협조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추 장관은 수감자들의 생명·신체 위험을 방치하고 사망자와 수많은 감염자 발생에 책임이 있다”며 추 장관을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추 장관은 시민단체와 법무부 노조에 의해서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인권 정부’의 인권委도 구치소 사태 경고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6일 “어떤 조건에 있든 그 사람의 생명과 건강은 차별 없이 보호돼야 한다”며 동부구치소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에 대한 법무부 대처에 문제 제기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4일 민변과 천주교인권위원회가 비슷한 맥락에서 법무부를 공식 비판한 데 이어, 국가 인권 기관까지 나서서 법무부의 수용자 인권 침해에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날 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 확진자 수는 77명이 추가돼 총 1166명(수용자 1123명, 직원 22명, 직원 가족 등 21명)까지 늘었다.

◇인권 내세운 정부의 국가 기관이 ‘인권침해’ 비판

이날 최 위원장이 발표한 A4 용지 두 장, 1216자의 성명문 요지는 투명한 정보 공개, 수용자 의료 서비스 접근권 보장, 수용자 통신권 보장 등이다. 이는 지금껏 방역 전문가들과 인권 단체 등이 지적해온 법무부의 문제점과 일맥상통한다.

법무부는 동부구치소 코로나 확산 초기, 직원과 수용자가 감염됐다는 소식을 언론 등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동부구치소 수용자와 그 가족마저도 지난달 19일 185명이 확진됐다는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구치소 내 코로나 확산 사실을 대부분 몰랐다. 이후 수용자 사이에서 법무부가 방역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아 마스크 없이 생활을 하고, 밀접 접촉자와 비접촉자를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한 방에 8명씩 수감하는 등 인권침해를 자행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왔다. 지난달 27일 동부구치소에서 숨진 첫 사망자의 가족은 그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사실도 모르다가 화장(火葬) 직전 사망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 31일 사망한 서울구치소 수용자는 코로나 확진자를 치료해 줄 병원을 찾지 못해 숨졌다.

최 위원장은 “인권위에 수용자 가족이 코로나 확진 여부나 현재 상태에 대해 (교정 시설에) 문의해도 아무런 답변이 없고, (수용자가) 코로나 증상을 호소해도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등 진정이 접수되고 있다”며 법무부의 인권침해 문제를 비판했다. 이어 “인권위는 2018년 교정 시설 과밀 해소를 개선하고 의료 체계를 확충하도록 법무부에 권고했으나 진전이 없었다”며 “수용자도 보편적 기준의 의료 서비스에 접근이 가능해야 하고 방역 당국의 의료 시스템 내에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법조계 “세월호와 동부구치소 사태 다르지 않아”

‘인권 정부’를 자처해왔던 현 정권에서 발생한 ‘인권 대참사’에 대해 법조계·정치권에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세월호 사태 때 해경의 경우 직접 배를 운항, 관리하지는 않았지만 ‘구호 조치’ 의무를 충실히 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을 받았다”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상, 직무유기 등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법조계에서는 2014년 세월호 참사에 대해 법원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당시 구조 현장에 출동한 해경 관계자를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한 사례가 이번 동부구치소 사태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 김경일 전 목포해경 123정장에 대해 구조 실패 책임을 물어 2016년 대법원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또 지난해 2월 당시 해경 지휘부 11명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추가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법원은 구조 활동 의무를 소홀히 한 해경 관계자들까지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공범으로 책임을 물었다”며 “동부구치소 사태는 법무부와 교정 당국이 1차 관리 책임자라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세월호 판결을 감안하면 충분히 업무상과실치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