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손등을 손가락으로 10초 동안 문지른 행위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성추행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군 소령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2월 해군 소령 A(35)씨는 자신에게 업무 보고를 하러 온 여성 부하직원 B씨에게 “이게 뭐냐”고 말하며, 양손으로 B씨의 왼손을 잡고 양 엄지손가락으로 B씨의 손등을 문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보통군사법원과 2심 고등군사법원은 A씨가 무죄라고 봤다. 1심은 “B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고 A씨가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손등을 문지르는 행위를 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된다”면서도 “이런 행위는 일반적인 사람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손등을 문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손등을 문지른 행위는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에는 해당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원심은 A씨가 손등을 문지른 행위는 B씨 손등에 그려져 있던 그림을 지우라는 의미에서 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A씨의 행위는 추행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가 B씨의 손등을 양손으로 잡고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르는 방법으로 신체를 접촉한 경위, 시간 등을 고려하면 성적인 동기가 내포돼 있는 행동으로 추행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또, “B씨는 원심에서 ‘이 사건 이전에 A씨의 성희롱적 언동 등이 많아 힘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이 사건 당시 사무실에 둘만 있었던 점, A씨가 성적인 의도 이외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할 별다른 동기를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의 행위는 B씨 의사에 반하여 이뤄진 것일 뿐만 아니라 B씨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하고, 일반인에게도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추행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