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가 도입된 이후 투표용지 절도죄에 대한 첫 판결이 나왔다. 지난 4·15 총선 때 투표용지를 몰래 가지고 나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정다주 부장판사)는 18일 공직선거법 위반과 야간방실침입절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이모(65)씨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이씨는 4·15 총선 때 구리지역 개표 참관인이었다. 개표는 새벽까지 구리체육관에서 진행됐다. 이씨는 구리선거관리위원회가 체육관 한쪽 체력단련실에 보관한 잔여 투표용지 중 6장을 입수하고 나서 당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던 민경욱 의원에게 전달했다.

민 전 의원은 부정 개표의 증거라면서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선관위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이후 이씨는 구속됐다. 검찰은 이씨에게 공직선거법 위반과 야간방실침입절도 혐의를 적용했다. 야간방실침입절도는 밤에 다른 사람이 관리하는 방이나 사무실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는 범죄를 말한다. 야간주거침입절도와 비슷하다.

지난 5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총선 의혹 진상규명과 국민주권회복 대회에서 미래통합당 민경욱 의원이 투표관리관의 날인 없이 기표되지 않은채 무더기로 비례투표용지가 발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이씨가 개표를 진행하던 지난 4월 15일과 16일 사이 체력단련실에 몰래 들어가 투표용지를 훔쳤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씨는 법정에서 “해당 투표용지는 선거 사무원으로 보이는 성명 불상자에게 건네받았고 이를 국회의원에게 공익 신고를 했을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례없는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투표용지에서 이씨의 유전자가 검출되자 DNA를 분석하고 개표 전후 상황을 시간순으로 대조했다. 오염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체육관 방범카메라에 녹화된 8시간 분량의 영상까지 법정에서 재생했으나 이씨의 주장은 인정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당시 체력단련실에 출입금지 스티커가 부착돼 피고인도 출입제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영상에는 누군가에게 투표용지를 전달받은 내용도 없어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데다 공익 신고도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훔친 것은 투표용지 6장이 아니라 선거 공정성, 공권력에 대한 신뢰, 자유민주주의 그 자체다. “이를 방치하면 음모를 양산해 엄격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부는 일부 유튜버에게도 경고했다. 재판부는 “유튜브 등이 제공·활용하는 추천 기능의 부작용과 일부 유튜버들의 지나친 경제적 욕심이 맞물려 소위 ‘가짜뉴스’가 폭증한다”며 “가짜뉴스는 그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피해가 막심하고 일단 전파되면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