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침대에서 환자가 떨어져 다쳤더라도, 의료진이 나름의 조처를 했다면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삼성의료재단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7년 12월7일 급성담낭염으로 삼성재단이 운영하는 강북삼성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치료를 받았다. A씨는 같은 달 11일 오전 4시 침대에서 떨어져 뇌손상을 입었다.
당시 간호기록에 따르면 간호사는 이날 오전 3시25분쯤 A씨가 수면 중인 것을 확인하고, 오전 4시 ‘쿵’하는 소리가 들려 가보니 A씨가 침상 안전벨트와 난간을 넘어 바닥에 머리를 찧은 것을 발견했다.
공단은 낙상사고로 인한 치료비 중 공단 분담금으로 1억6666만원을 A씨에게 지급했다. 이후 공단은 A씨의 부상이 “병원의 관리 소홀 때문”이라며 공단 분담금 중 일부를 돌려달라며 구상금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모든 증거를 종합해도 A씨가 어떤 경과로 침대에서 떨어진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면서도 “이 사건 낙상사고에 관해 병원이 사고 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당시 수면 상태인 것으로 보이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볼 자료가 없다”며 “A씨는 낙상 위험이 큰 환자이므로 병원의 보다 높은 주의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1심은 A씨의 혈액응고도가 낮아 낙상사고로 인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해당 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재단 측의 책임을 60%로 제한하고, 총 9999여만원을 공단에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공단 측은 1심 판결 후 치료비에 대한 공단 분담금이 늘었다며 청구 취지를 2억9000여만원으로 확대해 항소했다.
2심은 병원 측 과실을 인정해 삼성재단이 공단에 1억740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2심은 “침상 난간 안전벨트가 제대로 적용될 경우 거동이 불편한 A씨는 침대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침대 근처에 낙상에 대비한 안전예방매트가 있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고 원인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당시 낙상 방지를 위한 나름의 조치를 한 병원에 과실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환자가 낙상한 것이 의료 과실 이외 다른 원인이 있는지 등을 충실히 심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병원의 조치들은 현재 의료행위 수준에 비춰 그다지 부족함이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낙상 방지 조치가 제대로 유지되는지를 충분히 살피지 않거나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A씨가 어떤 경과로 떨어진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며 “병원 측 과실로 인해 과연 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등을 보다 충실히 심리·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객관적으로 뒷받침되지 않거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아 막연한 추측에 불과한 사정에 기초해 병원의 과실이 있다고 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며 “법리오해나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