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 및 사모펀드 비리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20일 오후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조국 전 법무장관이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공익법인에 기부하겠다는 ‘가족 펀드'와 관련, 20일 “펀드 가치가 0이 됐다. 펀드에 들어간 돈 모두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작년 8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논란이 되자 스스로 밝혔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쓰도록 하겠다”는 펀드 기부 약속 자체가 공염불이 된 셈이다.

조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어제부터 기자들이 문자를 보내 작년 일을 다시 질문하며 수익이 얼마나 났느냐를 묻기에 간략히 밝힌다”며 “정경심 교수는 자녀에게 각각 5000만원을 증여했고 이 돈을 5촌 시조카 권유에 따라 사모펀드에 넣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그러나 작년 사태 이후 문제의 사모펀드 가치가 사실상 0이 돼 펀드에 들어간 돈 모두가 사라졌다”며 “큰 돈을 벌기는커녕 큰 손해를 보았다”고 했다.

조 전 장관 페이스북

조 전 장관은 작년 법무장관 청문회를 앞두고 가족이 2016년 설립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사실상 가족펀드인 ‘블루코어 밸류업 1호'에 14억원을 투자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아내인 정 교수와 딸, 아들이 10억 5000만원, 처남 가족이 3억 5000만원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8월 23일 조 전 장관은 펀드 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제 처와 자식 명의로 된 펀드를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익법인에 모두 기부하겠다”며 “이 사회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쓰이도록 하겠다”고 했었다.

당시 기자회견 시점이 국회 인사청문회 직전이라 ‘보여주기식 쇼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조 전 장관은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잠시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저의 실천”이라며 “진심을 믿고 지켜봐 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조 전 장관은 해당 펀드 가치가 0원이 됐다고 밝히면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쓰이도록 펀드를 기부하겠다”는 그의 1년 전 약속 역시 공염불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전 장관은 가족펀드 기부 외에도 가족 사학재단인 웅동학원 역시 사회에 기부하고 이사장인 모친 역시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그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작년 8월 조 전 장관의 웅동학원, 가족펀드 기부 기자회견 당시에도 일각에서는 “돈으로 장관직을 사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이후 한 달여만에 장관직을 사퇴하고 1년이 훌쩍 지난 현 시점에서는 그 기부 약속마저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입장문



저는 최근 저와 가족을 둘러싼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받고, 송구한 마음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저를 비롯한 저희 가족들은 사회로부터 과분한 혜택과 사랑을 받아왔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생각에는 현재도 한 치의 변함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스스로를 돌아보고 몸을 낮추는 겸손함이 부족한 채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먼저 두 가지 실천을 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제 처와 자식 명의로 되어 있는 펀드를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익법인에 모두 기부하여 이 사회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쓰이도록 하겠습니다. 신속히 법과 정관에 따른 절차를 밟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웅동학원’의 이사장이신 어머니가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비롯하여, 저희 가족 모두는 ‘웅동학원’과 관련된 일체의 직함과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제게 밝혀왔습니다. 향후 ‘웅동학원’은 개인이 아닌 국가나 공익재단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 이사회 개최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하겠습니다. 공익재단 등으로 이전시 저희 가족들이 출연한 재산과 관련하여 어떠한 권리도 주장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가나 공익재단이 ‘웅동학원’을 인수하여 항일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미래 인재양성에만 온 힘을 쏟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단지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잠시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저의 실천입니다. 전 가족이 함께 고민하여 내린 결정입니다.

저는 그 동안 가진 사람으로서 많은 사회적 혜택을 누려왔습니다. 그 혜택을 이제 사회로 환원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제가 가진 것을 사회에 나누며 공동체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고 실천하겠습니다.

저의 진심을 믿어주시고, 지켜봐 주십시오. 계속 주위를 돌아보며 하심(下心)의 낮은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2019.8.23.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국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