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왼쪽). 지난 7월 채널A 사건 수사 당시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물리력을 동원해 압수수색 하려다 논란이 되자 병원에 입원한 사진을 공개한 정진웅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정 검사는 지난 달 한 검사장에 대한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전직 검사장이 채널A 사건 당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육탄 압수수색’ 혐의로 최근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는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에게 “사직하라”고 요구했다.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6일 페이스북에 ‘정진웅 차장검사께’라는 글을 올리고 “퇴직하기 전까지 같은 청에서 근무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검찰 선배로서 한마디 하렵니다”라며 “본인이 직무 관련 범죄 혐의로 기소가 돼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입장에서 어떻게 차장 검사로서 소속 청 검사들을 관리 감독하며, 그 지역 주민들의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이나 결재를 할 수가 있느냐”고 했다.

석 전 지검장은 “안타깝더라도 관운이라 생각하고 사직을 하라”며 “과거에 훨씬 더 억울한 일 당한 선배들 많았다. 그것이 정 억울하면 법무부에 요청하여 차장 검사 직에서 사건 결재를 않는 보직으로 바꾸어 달라고라도 하라”고 했다. 석 전 지검장은 “검사 생활 20년 가까이 될 터인데 도대체 이 정도의 상황 판단도 못하느냐. 아무리 법무부의 엄호를 받고 있다 하여도 또 아무리 세상이 엉망으로 돌아간다 하여도 가릴 일은 가려서 해야지 않겠나”라고 했다.

한동훈 검사장과 정진웅 차장검사 측의 주장을 토대로 재구성한 압수수색 당시 상황. 위에 올라탄 것이 정진웅 차장검사.

정 검사는 지난 7월 채널A 사건 수사를 책임지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있으면서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육탄전을 벌인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고 재판을 앞두고 있다. MBC는 채널A 기자가 한 검사장과 결탁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캐려고 했다는 이른바 ‘검언 유착’ 사건을 보도했지만, 수사팀은 한 검사장의 연루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다. 채널A 기자로부터 협박 취재를 당했다는 이철 전 VIK 대표조차 최근 법정에서 “검찰 조사 당시 유시민 관련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지만 연루 의혹을 제기한 MBC 보도 등을 토대로 한 검사장을 직무 배제하고 좌천시켰다. 반면 형사 기소가 되고 재판까지 앞두고 있는 정 검사에 대해서는 아직 직무배제를 하지 않고 있다.

석 전 지검장은 2012년 서울동부지검장 재직 당시 소속 검사가 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던 여성 피의자와 조사실에서 성관계를 가진 사건이 일어나자 이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당시 성추문을 일으켰던 해당 검사의 직속 상관이 동부지검 형사 2부장으로 있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이 지검장은 당시 사표를 내지 않았다.

2012년 11월 2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석동현 서울동부지검장이 퇴임식을 마친 뒤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청사를 나서고 있다. 석 지검장은 현직 검사가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조선일보DB

석 전 지검장은 과거 동부지검에서 자신이 부하로 데리고 있었던 이 지검장이 문재인 정권 들어 대검 반부패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요직 빅4’ 중 세 곳을 연달아 거치며 승승장구하자 올초 페이스북에 “세월이 흘러 최근 보직면에서 극전성기를 보내는 것 같다”며 "역량도 역량이지만 시운이나 관운이란 것이 정말 있구나 생각해보게 된다”고 썼다.

석 전 지검장은 당시 글에서 이 지검장에게 “사람에 충성하기보다 검찰이라는 국가 기관의 존재 이유, 그리고 검찰이 거쳐 온 지난 역사와 미래를 생각해 주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며 “본인의 능력만으로 온 것은 아니겠지만 늘 그 자리가 끝이다, 마지막 자리다 여겨달라. 어차피 관직이란 한조각 구름 같은 것이다. 무한정 머물 수도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