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열린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 강연에서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 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검찰”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검찰 제도는 프랑스 혁명 이후 ‘공화국 검찰’에서 시작됐다. 검찰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공화국 정신에서 탄생한 것인 만큼 국민의 검찰이 되어야 한다”며 “국민의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의 비리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하고 약자인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하고 평등한 검찰이 되는 게 최우선”이라며 “사회적 강자의 범죄를 엄벌하는 것이 국민의 검찰이 되는 것이다. 여러분이 이런 검찰을 만드는 데 앞장서 달라. 저도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날 윤 총장의 발언은 현 정권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윤 총장이 이날 여러 차례 언급한 말은 ‘살아 있는 권력 수사’ ‘검찰 개혁’이었다. 현 권력의 잘못을 수사하는 것이 검찰 본연의 역할이고 검찰 개혁의 방향이라는 것이다. 법조계 인사들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一家) 비리 사건 등 정권 수사를 한 검사들을 모조리 좌천시키며 수사를 막은 현 정부·여당을 비판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자기를 비판한 평검사에게 “(검찰) 개혁이 답”이라며 보복 예고성 발언을 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한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이 추 장관에게 ‘내가 생각하는 검찰 개혁은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한다는 것인데, 당신이 생각하는 검찰 개혁은 평검사 지목 공격이냐’고 반문(反問)하는 듯 느껴졌다”고 했다.
윤 총장은 지난달 대검 국감에서 현 정권의 잇따른 ‘정권 수사팀 학살 인사’, ‘검찰총장 수사 지휘권 박탈’ 등을 작심 비판한 뒤 일부 여론조사에서 야권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정치권의 눈길이 쏠려있는 상황에서 그가 또다시 현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향후 그의 행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일이 더 많아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 총장이 지난달 대검 국감에 이어 이날도 마음먹고 발언한 것 같다”고 했다.
대검은 “윤 총장이 평소 소신을 밝힌 것일 뿐”이라고만 했다. 검찰 관계자는 “총장 취임식 때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현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한 수사’를 떠올리게 하는 발언이었다”면서 “검찰 개혁의 핵심은 살아 있는 권력 수사라고 윤 총장이 자기 소신을 재차 말한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지난달 추 장관이 ‘라임 비리’ 사건 등에 대한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올 3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을 때도 “대규모 펀드 사기를 저지른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세력 모두 철저히 단죄하라”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윤 총장이 평소에도 ‘권력 비리’ 수사를 자주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또 “부장으로서 부원들에게 친한 형이나 누나와 같은 상담자 역할을 하고, 사건에서 한발 떨어져서 객관적인 시각에서 후배를 지도해야 한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추 장관은 윤 총장의 강연(오후 4시 30분) 직전이었던 이날 오후 3시 7분 법무부 입장 발표를 통해 윤 총장을 공격했다. 추 장관은 “권력기관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그 어느 기관보다 엄중하게 요구된다”며 “그 정점에 있는 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매우 중차대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추 장관의 입장 발표는 ‘(추 장관을 비판하는 글을 쓴) 커밍아웃 댓글 검사들의 사표를 받으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답변 요건인 20만명을 넘어선 데 따른 것이었다. 추 장관은 이날도 “검사들과 소통하며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했는데, 이로부터 1시간쯤 뒤 윤 총장이 “검찰 개혁은 살아 있는 권력 수사”라고 응수한 셈이다. 추 장관의 ‘검찰 개혁’ 발언이 윤 총장을 자극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검찰 안팎에선 추 장관의 이날 윤 총장 공격 발언을 두고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나왔다. 지방의 한 평검사는 “장관이 자기를 비판한 평검사의 비위 의혹이 적힌 기사를 페이스북에 올리며 검찰을 흔들어놓고, 윤 총장이 검찰의 정치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손가락질 하는 격”이라고 했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추 장관이 여권과 청와대 청원까지 동원해 또 한 번 윤석열 찍어내기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