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라임자산운용 로비의 핵심 인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옥중 편지를 통해 공개한 ‘현직 검사 술접대 의혹’ 사건 전개가 채널A 사건 때와 흡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법조계 지적이 나온다. 김씨는 라임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국회 국정감사가 열리기 직전인 지난달 16일 검사 술접대 내용을 담은 옥중 편지를 작성 한달만에 폭로했다. 법무부 수사 의뢰로 남부지검 수사팀이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술자리 날짜 특정에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널A 사건 MBC 제보자인 사기 전과 5범의 지모씨 페이스북

◇ 1. 사기꾼의 등장

두 사건 모두 사기꾼의 입에서 시작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채널A 사건을 ‘검언 유착’이라며 MBC에 최초 제보한 이는 확인된 것만 사기 횡령 전과 5범인 자칭 ‘제보자X’ 지모씨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극렬 비판하고 정권을 지지하는 지씨는 정작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휘하의 수사팀이 ‘검언 유착’ 의혹 입증에 실패하고 취재 윤리 위반 혐의로만 채널A 기자를 기소하자, 채널A 기자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수차례 법정 출석을 거부하며 증언을 회피하고 있다. 지씨는 MBC 기자와의 술자리 사진을 매번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지만 법원은 소재 파악이 안된다며 강제 구인을 하지 않고 있다. 검사 술접대 의혹 역시 검찰 공소장의 사기, 횡령 금액만 1000억원이 넘는 김씨의 일방적인 옥중편지를 통해 시작됐다. 김씨 역시 과거 다른 폭행, 횡령 사건 등으로 징역살이를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

◇ 2. 한동훈(윤석열)이 목표

두 사건 모두 윤석열 검찰총장을 흔들기 위한 ‘정치 공작’ 아니냐는 법조계 일각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윤 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동훈 검사장을 우선 타깃으로 삼는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채널A 사건에서 제보자 지씨는 채널A 기자를 만나 어떻게든 한동훈 검사장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멘트를 몰래 녹음하려 집요하게 관련 질문을 한다. 검사 술접대 의혹 역시 지난 1일 MBC는 김씨로부터 술접대를 받았다고 지목된 검사가 ‘한동훈 라인’이라면서 한 검사장을 끌어들였다. 채널A 사건에서 지씨와 MBC를 외곽 지원했던 열린민주당 인사들 역시 술접대 대상으로 지목된 검사들이 과거 한 검사장과 같은 수사팀에서 근무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한 검사장 연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한 검사장이 팀장으로 근무했던 과거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조직도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한동훈 니가 거기서 왜 나와”라며 별다른 근거 없이 한 검사장을 술접대 의혹 사건에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김씨가 술접대 검사들이 과거 부패범죄특별수사단 팀원이었다고 주장하면서다. 현재 한 검사장 연루는커녕 지목된 검사들부터 “김씨의 허무맹랑한 소설”이라며 술접대 의혹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위촉식에서 위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 3. 사기꾼 말만 믿는 법무장관

두 사건 모두 사기꾼의 말만 믿고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수사 지휘권을 발동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추 장관은 지난 7월 윤 총장이 채널A 사건 보고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수사 지휘권을 발동했다. 이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지휘로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를 했지만 ‘검언 유착’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물리력을 동원해 압수수색 하려던 정진웅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최근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됐다. 추 장관은 지난달 김씨의 옥중편지가 공개된 지 사흘 만에 또 다시 수사 지휘권을 발동해 윤 총장이 라임 사건에서 손을 떼도록 했다. 추 장관은 채널A 사건 당시에도 한창 수사가 진행 중인 단계에서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검언 유착’을 기정사실화 했다. 추 장관은 검사 술접대 의혹에 대해서도 아직 검찰 수사 초기 단계인 지난달 2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법무부 감찰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며 김씨가 지목한 술접대 검사의 소속과 직책까지 공개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연합뉴스

◇ 4. ‘검찰 개혁’ 구호

두 사건 모두 관계자들이 ‘검찰 개혁’이라는 구호를 주장하고 있다. 채널A 사건 제보자 및 열린민주당 관계자들과 마찬가지로 라임 로비 핵심 김봉현씨 역시 “검찰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 옥중편지를 공개했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편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문제점까지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몇차례의 옥중편지마다 김씨가 빼놓지 않고 주장하는 게 보석(조건부 석방)이다. 일각에서 김씨가 검사 술접대 의혹을 폭로하며 정권에 보석을 해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 김씨의 옥중 편지 이후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민주당 기동민 의원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한 라임 로비 의혹은 여론 관심에서 다소 밀린 모양새다.

법조계에서는 김씨의 옥중 폭로가 검찰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권의 검찰 개혁 동력이 탄력을 받겠지만, 김씨의 허무맹랑한 거짓 폭로로 드러난다면 추 장관부터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