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사장

친여(親與) 매체들과 여권 인사들이 21일 라임자산운용 사건과 한동훈 검사장의 연루 의혹을 일제히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 주장의 요지는 라임 배후 전주(錢主)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술 접대를 받았던 검사들이 ‘한동훈 라인’이라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22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검찰청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라임과 한 검사장을 어떻게든 엮어보려는 시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회장이 9월 21일 써놨던 옥중편지는 약 한 달 뒤인 지난 16일 서울중앙지검과 남부지검의 국정감사(19일)를 사흘 앞두고 전격 공개됐다.

MBC 라디오 시선집중

MBC는 이날 라디오에서 “김봉현 술접대 검사 3명, 윤석열 사단과 인연 있는 분들”이라는 한 변호사의 발언을 중점적으로 내보냈다. 이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당시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 검사 11명 중 3~4명이 라임 관련자라고 했다. 당시 수사팀에 한동훈 검사장이 팀장으로 있었는데 직속 부하 검사들이 김 전 회장의 룸살롱 술접대 검사들과 일치한다는 식의 주장이었다. 이 변호사는 “라임 수사팀 안에는 이른바 윤석열 총장 사단이라고 할 수 있는 한동훈 검사장의 지휘 라인에 있었던 사람과 인연 있는 분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했다. 술접대 검사들이 누군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술자리에 있었던 김 전 회장의 변호사는 “술자리에 현직 검사는 없었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한 검사장과 라임자산운용 사건을 연결지으려는 여권 인사들의 페이스북 게시물

친정부 방송인 김어준씨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도 이날 페이스북 등에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수사팀 검사들의 사진을 올렸다. 이중 일부 검사들이 라임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에 소속됐는데, 이들 중 일부가 김 전 회장으로부터 룸살롱 접대를 받았고, 이들은 당시 한동훈 검사장의 직속 후배 라인이었다는 논리다. 법조계 관계자는 “채널A 사건에 이어 또 다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인 한 검사장을 라임 사건과 어떻게든 연결시켜보려는 음모론 아니냐”고 했다.

앞서 MBC는 지난 19일에는 김 전 회장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았다는 검사 3명이 모두 한때 라임 수사팀 소속이었다고 보도했다. 김 전 회장은 3명 중 한 명이 라임 수사팀으로 왔다고 옥중편지에서 썼는데 김 전 회장 주장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김 전 회장의 술접대 로비 의혹을 감찰 조사한 법무부 내부에서조차 “MBC 보도는 99% 오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여기에 더해 당시 술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검사들이 ‘한동훈 라인’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

한 검사장은 21일 본지 취재에 “20년간 검사 생활을 하며 같이 근무한 후배 검사 및 검찰 관계자들만 수백명이 넘는다”며 “지금으로부터 4년 전 당시 1년 같이 근무한 후배 검사들이 라임을 수사하는 남부지검 소속이라는 이유로 그냥 갖다 붙여도 되는 것이냐”고 했다. 한 검사장은 “또 다시 ‘한동훈’을 연결고리로 삼기 위해 김봉현씨의 술접대와 뭐라도 있는 것처럼 ‘한동훈 라인’을 갖다 붙이는 것 같다”며 “그간 대형 권력 비리 수사를 해오면서 행여나 흠을 잡히기 싫어서 평소에도 업무 외 술자리나 밥자리는 아예 안 간다”고 했다. 한 검사장은 음주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검사장은 “펀드 비리는 서민들의 피같은 돈을 착취한 악질적 사기범죄다. 사기꾼과 비호 세력이 누구든 니편내편 가릴 것 없이 밝혀 엄벌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며 “이런 단순한 얘기를 복잡하게 말하는 게 이상한 것이고, 무엇을 위해 이렇게 무리하게 갖다 붙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 검사장은 “나는 변호사든 검사든 라임 사건과 관련해 누구와도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없다”며 “저와 전혀 관계 없는 얘기를 근거 없이 갖다 붙이고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분명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