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19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모습

민주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처가를 라임자산운용 사건과 무리하게 엮으려다가 오히려 친노(親盧) 인사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라임자산운용 관계사의 사외이사로 있었던 사실만 재차 부각됐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기댄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폭로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19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충격적인 일들이 발생했다. 라임자산운용이 왜 이렇게 수사가 제대로 안되고 여권을 향한 수사로만 됐나를 봤더니 라임자산운용에 윤석열 총장 장모와 부인 사건 그림자들이 어른거린다”고 했다. 김 의원은 탁현민 청와대 비서관의 개인 소송을 맡는 등 여권 인사들의 소송을 대리했던 변호사 출신이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처가가 라임자산운용 관계 회사와 연루 의혹이 있다며 띄운 자료화면

김 의원은 자료 화면을 국감장에 띄우더니 “라임자산운용의 관계사인 디에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와 이사는 아시다시피 윤석열 총장 장모가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는 사건 신안저축은행의 대표이사와 동일한 사람이다. 관계사로 보이는 것이죠”라며 “이 정도면 왜 라임 사건이 제대로 수사가 안 됐는지를 왜 여권 수사로만 진행됐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의원은 별도의 추가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김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기업사냥꾼 ‘이 회장’ 기업인 동양네트웍스에 280억원, 에스모에 800억원, 디에이테크놀로지에 600억원을 투자했다. 엔터테인먼트업체 대표 출신으로 한 탤런트의 전 남편이기도 한 이 회장은 업계에서 유명한 ‘기업 사냥꾼’으로 라임 사태가 터지자 잠적했다.

라임이 에스모에 225억원을 투자한 뒤 2차전지 제조업체 디에이테크놀로지가 전환사채를 발행해 다시 이 자금을 받아 또 다른 회사 인수에 쓰는 등 김 의원이 언급한 이 회장의 디에이테크놀로지는 라임 일당이 투자금을 쌈짓돈처럼 빼먹는 과정에 등장하는 회사인 것은 사실이다.

강금실 법무장관이 2004년 6월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 논란과정에서 불거진 검찰기강확립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조선일보DB

하지만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 의원이 윤석열 총장 처가가 연루됐다고 주장한 디에이테크놀로지에는 노무현 정부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도 사외이사로 있었다.

강 전 장관은 2018년 7월부터 디에이테크놀로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임기는 2021년 7월까지 3년이었지만 강 전 장관은 작년 7월 라임 펀드의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이 처음 경제 매체에서 보도되고, 10월 본격적인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작년 9월 일신상의 사유로 사외이사직을 중도 사퇴했다.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펀드 사기꾼 일당이 강 전 장관의 대외 인지도를 이용해 투자금을 유치하려는 ‘얼굴 마담’ 격으로 영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실제 강 전 장관이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사외이사로 있던 시기 이 회사는 라임자산운용의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김 의원은 강 전 장관의 사외이사 사실은 빼놓고, 윤 총장 처가 연루 의혹만 제기했다. 이러한 의혹은 앞서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과 황희석 최고위원 등이 제기해 왔던 것들이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날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라임 김봉현 전 회장이 룸살롱에서 술접대를 했다고 주장하는 검사 3명을 특정해 이들의 실명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바로 김 전 회장 측에서 “해당 검사들을 접대하지 않았다"며 이를 부인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권 겨냥 수사를 막기 위해 윤 총장을 어떻게든 쫓아내려는 여권 인사들이 무책임한 폭로를 이어가며 오히려 자책골을 넣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