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중인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의 사건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제보자 X 지모(55)씨가 또다시 재판에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검찰측에 그의 소재를 다시 알아보라는 명령까지 내렸다. 재판의 핵심 증인이 법원 명령에는 불응하면서 매일같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근황을 올리는 등 사법절차를 우롱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15일 제보자X 지모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1단독(재판장 박진환)심리로 열린 이 전 기자 등에 대한 공판에서 핵심 증인 지씨는 지난 6일에 이어 이날도 불출석했다. 그는 당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실질적 수사가 이뤄진 후에 법정에 나가겠다”는 불출석사유서를 냈다. 19일에도 마찬가지로 전날 페이스북에 같은 내용의 불출석사유서를 올렸다.

재판장은 이날 그의 불출석사유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송달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장은 “증인소환장이 계속 ‘폐문부재(송달한 집에 사람이 없는 경우)’로 송달이 안 됐다”고 했다. 이어 “법원에서는 집행관 송달까지 했다”며 “검찰측에 지씨에 대한 소재탐지를 명하겠다”고 했다. 집행관 송달은 송달이 되지 않을 경우 우편집배원 대신 법원의 집행관이 송달하는 특별절차다. 그렇게 해서도 송달이 안 된 만큼 검찰측에 지씨의 정확한 주소지를 다시 알아보라고 한 것이다.

5일 오후 제보자X 지현진씨가 MBC 기자와 만난 뒤 올린 사진.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


하지만 지씨는 하루에도 수차례씩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있다. 증인신문 전날이었던 지난 5일 오후 9시 48분에는 MBC 장모 기자를 만난 사진을 올렸다. 장 기자는 지난 3월말 지씨의 제보를 바탕으로 이 사건을 ‘검언유착 의혹’으로 단독 보도했었다. 지씨는 이 사진을 게시하며 “M본부 장, 갑자기 ‘지도편달’받을 게 있다고 이밤에 여기 왔어요. ‘지도’ 비용은 역시 치맥 ㅋㅋㅋㅋ”라고 적었다.

지난 16일에도 장 기자의 술자리 장면을 올리며 “친일언론 토벌 작전, M본부 장랑 회의중 ㅋㅋㅋㅋ”라고 적었다.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는 경우 법원은 과태료를 물리거나 강제구인을 한다. 하지만 지씨의 경우 송달을 안 받았다는 것을 빌미로 이런 제재조치를 피하고 있다.

지씨기 불출석 이유로 든 ‘한동훈 검사장 수사’ 또한 정당성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한 검사장을 이 전 기자와 공범으로 기재하지 않았다. 수사 과정에서 그를 피의자로 조사하고도 그의 조서를 법원에 증거로 내지도 않았다.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와 함께 이철 전 VIK대표 협박에 관여했다는 소위 ‘검-언 유착’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이 전 기자측도 지씨 주장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이 전 기자 변호인은 “지씨가 공소제기도 안 됐고 증인채택도 안 된 한 검사장에 대한 추가 수사를 주장하면서 재판에 불응하고 있다”며 “이는 정당한 이유로 볼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이날 재판 종료 후에는 보석(保釋)을 청구한 이 전 기자에 대한 심문이 열렸다. 이 전 기자는 “공익 목적에서 취재를 했고 그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했다”며 “이미 검찰이 두 차례 집 압수수색을 했고 얼굴과 신상정보도 다 알려졌기 때문에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없다”고 했다.

반면 검찰측은 “구속 이후 사정변경이 없고 여전히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보석을 기각할 것을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는 지난 7월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한 검사장에게 물리력을 행사한 일로 감찰을 받고 있는 정진웅 광주고검 차장검사(당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도 출석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발언을 전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