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인사를 상대로 라임자산운용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라임의 전주(錢主)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여당뿐 아니라 야당 정치인에게도 금품 로비를 했고, 현직 검사 여러 명에게 접대를 했다”고 16일 말했다. 김씨는 지난 8일 증인으로 출석한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 재판에선 “지난해 7월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줄 돈 5000만원을 이씨에게 건넸다”고 했는데, 이날 로비 의혹 화살을 야당과 검찰을 향해 돌린 것이다.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옥중 입장문'을 통해 야권 인사에게도 로비를 벌였으며 현직 검사에게도 접대한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회장 변호인 제공 -연합뉴스

김씨는 이날 일부 언론에 보낸 A4 5장짜리 편지에서 “라임펀드 관련 우리은행장 청탁으로 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에게 수억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7월쯤 검찰 출신 A변호사의 소개로 현직 검사 3명에게 서울 청담동 룸살롱에서 1000만원 상당의 접대를 했고, 그중 한 명은 실제 라임 수사팀에 투입됐다”고 했다.

김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6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 /김봉현 전 회장 변호인 제공-연합뉴스

그는 또 “올해 5월 A 변호사가 찾아와 ‘서울남부지검 라임 사건 책임자와 얘기가 끝났다. 여당 정치인들과 청와대 강기정 수석을 잡아주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고 후 보석(保釋·석방)으로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고 했다”며 “매일 수사 상황이 실제 내 앞에서 대검에 직보됐다”고도 했다.

김씨가 주장한 야권 정치인과 검사 로비는 검찰 수사로 밝혀져야 할 내용이라 현 시점에서 사실 여부를 가리기 어렵다. 그러나 다른 부분에선 신빙성 의문 대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수사 상황이 매일 내 앞에서 대검에 보고됐다’는 진술과 관련,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수사 상황은 모아서 주기적으로 보고를 하지 실시간 보고하는 일은 없다” “피의자 앞에서 어떤 검사가 수사 상황을 보고하겠느냐”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 주장대로 실시간 보고가 이뤄졌다면 왜 ‘강기정 수석 5000만원 수수 의혹’은 보고가 안 됐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서울남부지검 라임 사건 책임자와 얘기가 다 끝났다는 말을 들었다’는 김씨 진술에 대해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송삼현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모두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

김씨는 이날 편지 곳곳에서 ‘윤석열 사단’ ‘검찰 개혁’ 같은 말을 썼다. 김씨의 지인들도 “김 회장이 여권 로비 의혹을 말하다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게 뜬금없다”고 했다. 검찰 주변에선 “여당 논평에서 자주 나오던 단어들”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한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충격적 폭로”라며 김씨 편지에 적힌 ‘접대 검사’들에 대한 법무부 감찰을 지시했다. 법무부는 “전관 변호사를 통한 현직 검사 접대·금품수수 의혹, 검찰 로비 관련 수사 은폐 의혹, 짜맞추기, 회유 수사 의혹 등을 감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편지에 거론된 ‘윤석열 사단’ 검사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검은 “(편지에 나온) 야당 정치인의 우리은행 로비 의혹은 현재 수사 중”이라면서도 “현직 검사에 대한 비리 의혹은 지금까지 확인된 바 없는 사실로 사실관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