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배송 준비를 하고 있는 택배 차량들의 모습.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사진./연합뉴스

대기업 택배기사 취업 알선을 빙자해 구직자에게 부풀려진 가격에 냉동 탑차를 구입하게 해 1894명으로부터 523억원을 뜯어낸 일당이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14일 서울동부지검 환경·보건범죄전담부(부장 하담미)는 “택배기사 취업을 원하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대기업 소속 택배기사 취업 알선을 빙자하면서 탑차 개조 비용을 부풀린 화물차를 구입하게 한 물류회사 대표 등 일당 24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물류회사 대표 A(38)씨 등은 13개의 자회사를 설립하고, 2018년 1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인터넷 구인·구직사이트에 대기업 택배회사 인사 담당자를 가장해 택배 기사를 모집했다. 이들은 구직자들을 고수익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배송직에 취업시켜 줄 것처럼 속인 뒤 캐피탈 회사와 냉동 탑차 할부 또는 리스계약을 체결하게 했다.

피해자들이 계약한 냉동 탑차의 가격은 한 대에 2800만원이었다. 그 중 1200만원이 화물차를 냉동 탑차로 개조하는데 들어가는 개조 비용이었는데, 검찰 조사 결과 이 개조 비용이 통상의 경우보다 600만원가량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물류회사와 차량개조업체가 사전에 공모해 개조업체가 부풀려 받은 600만원을 물류회사 관계자들에게 분배한 것으로 검찰은 확인했다.

택배기사 취업 빙자 사기 개요도. /서울동부지검

이러한 수법에 당해 취업은 하지 못하고 고액의 할부 대금만 떠안게 된 피해자는 1894명이며, 피해액은 총 523억원에 이른다. 피해자 중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장애인, 외국인 등도 다수 포함됐다.

검찰은 물류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대표 A씨를 지난 4월 구속기소한 데 이어 물류회사 영업사원, 차량개조업체 대표와 자회사 대표 등 2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