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진압 중 소방대원 2명이 순직한 전남 완도군 냉동 창고 화재는 외국인 근로자가 홀로 화기를 사용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완도경찰서는 실화 혐의로 중국 국적 30대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2일 오전 완도군 군외면의 한 수산물 가공업체 냉동 창고에서 바닥 에폭시 페인트 제거를 위해 토치를 사용하다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냉동 창고 바닥은 오래전 시공된 에폭시 페인트를 새롭게 정비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고 한다.
시공업체 대표 B씨는 A씨에게 작업을 지시한 뒤 자리를 비운 것으로 전해졌다. 화기 작업 시 준수해야 할 ‘2인 1조’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뒤늦게 화재를 인지한 B씨는 자체 진화를 시도하다 실패하자 그제야 소방 당국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이 과정에서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가연성 물질인 에폭시 제거 작업 시 엄격하게 제한해야 하는 가열 장비를 사용한 만큼 A씨 과실이 명백하다고 보고 있다. 사고 건물은 2층짜리 콘크리트 구조였으나, 내벽과 천장이 샌드위치 패널과 우레탄폼으로 마감돼 있었다. 밀폐된 구조라 유증기가 축적돼 대형 폭발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소방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작업을 지시하고 현장을 이탈한 B씨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다만, 화재 진압 중 발생한 소방관 순직 사고와 관련해서는 실화자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과실로 불이 시작됐다고 해도 소방관이 고립돼 숨진 사고 사이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전날 현장에 있었던 소방대원과 냉동창고 건물주 등 4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 기관은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였다.
사고는 12일 오전 8시 25분쯤 발생했다. 냉동 창고 바닥 공사를 하던 직원 2명은 불길이 치솟자 곧바로 대피해 목숨을 건졌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 7명은 오전 8시 38분쯤 냉동 창고 5개가 있는 1층 화재 지점으로 진입을 시도해 일단 불길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이후 다시 치솟는 연기를 확인한 소방 당국은 오전 8시 47분쯤 냉동 창고 내부로 2차 진입을 시도했다. 소방대원들이 내부로 진입한 지 3분 만에 폭발이 일어났고, 오전 8시 50분쯤 탈출 명령이 내려졌다. 당시 창고 내부에 진입한 소방대원 7명 중 5명은 빠져나왔지만, 박모(44) 소방위와 노모(31) 소방사는 미처 대피하지 못한 채 내부에 고립됐다.
소방 당국은 긴급구조팀(RIT)을 투입해 수색에 나서 오전 10시 2분과 오전 11시 23분 두 사람의 시신을 발견했다. 박 소방위는 슬하에 1남 2녀를 뒀고, 임용 3년 차인 노 소방사는 오는 10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13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완도군 완도읍 완도대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두 소방관 빈소를 찾아 고인들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하고 조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빈소에 조전을 보내 “고인의 숭고한 헌신과 희생을 잊지 않겠다”고 애도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