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3월 28일 울산 봉대산에서 산불 방화범 용의자 김모씨가 방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첫 대형 산불로 234㏊ 산림이 불탄 경남 함양 산불의 방화 용의자가 잡혔다. 이 용의자는 울산 동구 일대에서 90여 차례 산불을 내다 범행 17년 만에 붙잡혔던 60대 남성, 일명 ‘봉대산 불다람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달 21일 발생한 함양 산불 용의자 김모(66)씨를 방화 혐의로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창원지법은 이날 도주 우려 등의 이유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는 지난달 21일 함양 마천면 한 야산을 비롯해 함양과 전북 남원 야산 등 최근 3건의 산불을 낸 혐의를 받는다.

특히 함양 마천면에 발생한 산불은 44시간 만에 꺼졌는데, 산불 피해 면적만 축구장 328개에 해당하고, 나무 11만4000여 그루가 탄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액만 9억5400여 만원에 달한다. 이 산불로 일대 50여 가구, 80여 명 주민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비닐하우스 1동과 농막 1동이 탔다. 건조한 날씨에 강풍을 타고 산불이 확산하면서 산불 대응 2단계와 국가 소방 동원령이 잇따라 발령되기도 했다.

산림당국은 평소 사람이 접근하지 않은 곳에서 불이 난 점을 들어 방화를 의심했다.

경찰은 산불 발생 현장 주변 감시카메라(CCTV)를 통해 수상한 차량 행적을 확인했고, 김씨를 유력 용의자 선상에 올렸다.

이후 김씨의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방화 때 사용한 증거물을 확보했다.

혐의를 부인하던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최근 산불 뉴스를 보고 희열을 느꼈고, 불을 지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는 취지로 범행을 자백했다.

지난달 22일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리 야산에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계속 번지고 있다. /뉴시스

경찰 수사 결과, 김씨는 미리 준비한 범행 도구인 화장지로 통행이 드문 야산에 불을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울산 동구 동부동 봉대산 일대에서 무려 17년간 산불을 내고 다녔던 ‘봉대산 불다람쥐’와 동일인으로 확인됐다.

평범한 회사원이던 김씨는 지난 1994년부터 2011년까지 라이터와 성냥, 화장지 등으로 동구 봉대산 일대에 불을 내고 다녔다. 당시 경찰에서 김씨가 불을 낸 것으로 확인한 것만 96건이다.

경찰은 김씨를 잡기 위해 수사 전담팀까지 꾸렸지만, 김씨를 잡지 못했다. 범행이 주로 야간에 이뤄졌고, CCTV 등도 현재처럼 많이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경찰 추적을 피해 다녔고, 꼬리가 잡히지 않아 ‘봉대산 불다람쥐’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난 2009년 울산지방경찰청은 봉대산 방화범을 잡겠다며 당시로는 최고액인 3억원의 현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봉대산 불다람쥐' 현상금 현수막. /뉴시스

그러다 김씨는 2011년 3월 12일 화재가 발생한 지점 인근 아파트 CCTV에 포착되면서 신원이 특정돼 붙잡혔다.

공소시효 탓에 1994년부터 2004년까지의 범행은 기소하지 못했다. 당시 김씨의 1심 판결문을 보면 검찰은 김씨가 2005년 12월부터 2011년 3월까지 37차례에 걸쳐 불을 낸 것으로 봤다. 이 기간 불에 탄 나무만 1만9500여 그루다.

김씨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고, 지난 2021년 3월 출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출소 후 경남 함양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를 상대로 여죄를 비롯해 범행 동기에 대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전성규 한국심리과학센터 이사는 “이 피의자는 불을 지르기 전 긴장이 되거나 흥분감을 느끼는 ‘병적 방화범’으로 보인다”며 “특히 이 피의자는 장기간에 걸쳐 들키지 않고 불을 지르는 데서 스릴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한마디로 방화에 중독됐다는 것이다.

천 이사는 또 “벙화범의 이 같은 행동은 정신 질환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며 “사물이나 의사를 변별하는 능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방화를 저지르면서 느끼는 만족감이 너무 크기 때문에 지속해서 범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