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북 의성과 예천 경계지점 낙동강에서 포착된 재두루미 가족. /(사)조류생태환경연구소.

4대강 사업 이후 자취를 감췄던 멸종위기종 두루미 개체수가 낙동강 주변에서 크게 늘면서 낙동강이 다시 ‘두루미 길’로 주목받고 있다. 낙동강이 철새 이동 경로와 겹쳐 있는데다 강 유역을 따라 4곳이 국제 네트워크에 등재될 만큼 생태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최근 낙동강을 찾은 주인공은 재두루미와 흑두루미. 장수와 행운을 부르는 길조(吉鳥)로 알려진 두루미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대표적인 겨울 철새다.

최근 경북 의성과 예천 경계지점인 낙동강에 도래한 재두루미 무리. /(사)조류생태환경연구소.

(사)조류생태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철새 보호를 위해 2006년 출범한 동아시아-호주, 뉴질랜드 등 남태평양 제도까지 이어지는 철새 이동 경로 파트너십(EAAF)에는 해평습지와 주남저수지, 우포늪, 낙동강 하구 등 낙동강 유역 4곳이 잇따라 이름을 올렸다.

그중 해평습지는 과거 흑두루미와 재두루미를 핵심 종으로 등재된 곳이다. 경북대 박희천 교수 연구실 논문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이전 해평습지에는 흑두루미 최대 2451마리, 재두루미 634마리가 도래한 기록이 있다.

흑두루미와 재두루미가 이곳을 월동지로 선택한 이유는 낙동강을 따라 형성된 수많은 모래톱과 모래섬 때문이다. 이곳은 수풀이 무성하지 않아 대형 조류의 비행과 착지에 유리한 ‘활주로’ 역할을 했다. 동시에 천적이 몸을 숨길 공간이 적어 안전성이 높았고, 강과 직접 연결돼 어류 등 먹이 확보도 수월했다.

2025년 겨울 새끼 두 마리와 함께 해평습지를 찾은 재두루미 가족. /(사)조류생태환경연구소.

그러나 4대강 사업 과정에서 낙동강 본류에 형성돼 있던 모래톱과 모래섬 상당수가 제거됐다. 준설을 통해 수심 6m 안팎의 수로가 형성되면서 과거 얕은 여울과 모래 지형도 사라졌다. 이 때문에 학계에선 두루미 등 대형 철새의 기착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4대강 사업 이후 재두루미가 처음으로 발견된 곳은 5년 전인 2020년 해평습지다. 해평습지를 매년 모니터링해온 박희천 경북대 명예교수는 낙동강과 감천이 만나는 곳(감천하구)에 유일하게 남겨진 작은 면적의 모래톱을 주시했다. 낙동강 사업 이후에도 매년 찾아오는 재두루미 부부 한 쌍 때문이다.

박 교수는 재두루미 한 쌍이 이용하는 모래톱이 수위에 따라 나타나거나 사라지기를 반복하자 해평습지를 떠날 수 있겠다는 위기감에 해마다 관련 부처와 함께 감천하구 일대에 갈대를 제거하고 모래톱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몇 년 후부터 재두루미 부부가 낳은 새끼도 함께 매년 도래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최대 190마리까지 관찰됐다. 모래톱 복원이 이들을 불러들인 중요 성과였다.

최근 경북 의성군 다인면 양서리, 예천군 지보면 지보리 인근 낙동강 주위에서도 각각 재두루미 500~600여 마리가 도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평습지는 인위적 노력의 성과였다면 의성과 예천은 서식지 환경이 좋아져 자연적으로 먹이활동과 월동을 하는 대표 지역으로 자리잡았다.

조류학계에선 의성·예천 지역이 수심이 깊지 않고 자연적으로 모래톱이 형성돼 재두루미의 안정적인 서식처가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개체수 증가 추세가 이어진다면 해당 지역을 5번째 EAAF로 등재 추진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희천 경북대 생물학과 명예교수는 “두루미는 서식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는 대표적 지표종”이라며 “최근 두루미가 무리로 관찰됨에 따라 낙동강이 다시 국제 철새 이동경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도록 실질적 생태 복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