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에서 감금·협박·폭행 등 혐의로 재판을 받은 B군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아이를 홀로 키우던 할머니는 아직도 아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28일 오전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법정. 할머니와 단둘이 살던 10대 소년이 폭행·협박·금품갈취 등 괴롭힘에 시달리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가해자에게 징역형을 구형하자 숨진 소년의 아버지는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대구지법 안동지원 형사1단독 손영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폭행과 공갈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17)군에게 장기 4년, 단기 3년의 징역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A군은 지난해 8월 19일 안동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B(16)군을 상대로 폭행과 감금, 금품갈취 등 괴롭힘을 이어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자를 상대로 감금·협박에 지속적인 폭행을 이어왔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게 했다”며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A군 변호인은 “피고인 역시 미성년자임을 고려해 선처해 달라”며 “모든 공소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A군은 범행을 인정하고 합의 의사를 밝혔으나, B군 아버지는 이를 거부했다.

재판부는 B군 아버지에게 합의 의사를 묻자 그는 “평소 밝고 잘 웃던 아이를 어떻게 죽음으로 몰아갔느냐”며 “합의할 생각은 없고 엄벌에 처해달라”고 말했다.

B군 아버지는 검찰에 서운함도 나타냈다. 그는 “아이가 죽었지만, 아이 죽음과 무관한 구형만 나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속적인 괴롭힘에 시달려 숨졌으니 더 큰 죄목을 적용해 달라는 것이다.

조사 결과 A군은 작년 7월 중고로 70만원에 구입한 125㏄ 오토바이를 B군에게 140만원에 강매했다. B군은 억지로 산 오토바이를 활용해 음식 배달 등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수시로 갚았다. 하지만 A군은 수시로 B군을 불러 모텔에 감금하거나 무차별 폭행도 서슴지 않았다. ‘연체료’ 명목으로 뜯긴 돈만 50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 8월 18일 B군은 누군가 신고로 경찰에 무면허로 입건되고 오토바이도 압류되자 이튿날 새벽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할머니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유언을 남긴 뒤 아파트 옥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단순 변사로 자칫 묻힐 뻔한 이 사건은 B군의 장례를 치르던 과정에서 반전됐다. 장례식장에 온 B군 친구들이 B군 아버지에게 “선배에게서 잦은 협박과 구타를 당해왔다”고 말한 게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계기가 됐다.

A군에 대한 선고 공판은 3월 25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