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창원지법 앞에서 창원 모텔 흉기 난동 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상대 손배소 제기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지난 연말 경남 창원 마산 한 모텔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으로 숨진 중학생의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정부의 범죄자 관리 시스템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라며,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23일 표씨 범행으로 숨진 중학생 A군의 유족은 23일 법무법인 대련을 통해 창원지방법원에 ‘창원모텔 살인 사건 피해자 의사자 지정 및 국가배상청구’ 소장을 제출했다. 손해배상 청구 대상은 대한민국이고, 소송 규모는 5억원이다.

A군의 유족은 이날 창원지법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에 대한 보호 관찰이 실질적으로 작동했다면 이런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가의 관리·감독 부실이 명백한 만큼 경찰과 법무부, 대한민국에 책임을 묻고 싶다”고 했다.

23일 창원지법 앞 창원 모텔 흉기 난동 사건 관련 유족들의 기자회견 현장. /창원=김준호 기자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3일 발생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모텔에서 20대 남성 표씨가 흉기로 A군 등 중학생 남녀 2명을 찔러 살해했다. 현장에 함께 있던 또 다른 남학생 1명은 크게 다쳤고, 여학생 1명은 외상 없이 구조됐지만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아 고통을 겪고 있다. 표씨는 범행 직후 모텔 창문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유족 측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강력 범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표씨는 2019년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2021년 7월 징역 5년과 신상 정보 공개·고지 명령 5년을 선고받은 보호 관찰 대상자였다. 그런 표씨는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하기 약 5시간 전 교제하던 20대 여성 주거지에 흉기를 들고 찾아간 혐의(특수협박)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여성이 이별을 통보하자, 흉기를 들고 찾아간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표씨를 약 2시간 조사하고 귀가 조치했다. 경찰은 흉기 협박 여부와 관련해 표씨와 여성 진술이 엇갈리고, 표씨 신원이 확인되는 등 긴급 체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3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한 모텔 앞에서 경찰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이날 오후 해당 모텔에서 흉기 사건이 발생해 중학생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범행 직후 모텔 창문에서 뛰어내린 20대 남성도 사망했다. /연합뉴스

표씨는 과거 성범죄로 복역 후 출소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상태였다. 누범 기간에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또 표씨는 법원 명령으로 법무부 보호관찰을 받는 관리·감독 대상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보호관찰소에 이날 표씨 범행을 알리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표씨가 보호관찰 대상임을 인지했지만, 표씨의 범행을 보호관찰소에 알릴 의무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대상자에 대해서는 보호관찰소와 협력하라는 규정은 있지만, 표씨 같은 일반 보호관찰 대상에 대한 규정은 없다는 것.

보호관찰소의 대상자 관리도 허술했다. 2025년 6월 출소한 표씨는 ‘성범죄자 알림e’에 기재한 주소에 사실상 살지 않았다. 하지만 보호관찰소는 표씨가 거주지에 있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관의 공조나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결국 풀려난 표씨는 곧장 인근 마트에서 흉기를 구매하고 모텔로 들어가 중학생을 상대로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다.

숨진 A 군의 어머니는 “표씨는 보호관찰 대상자였고, 초범이 아닌 전과자였다”며 “수많은 제도와 시스템이 제대로만 작동했다면 우리 아이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유족 측 법률 대리인은 “피의자와 관련한 법무부의 보호관찰제도 운영이나 범행 전 사건에 대한 경찰의 조치를 보면 국가의 중과실이 인정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경찰과 법무부의 사과는 지금껏 없었다며 유족들은 분통을 터트린다.

유족 측은 “아이들은 죄 없는 피해자인데도 사건이 알려진 후 오히려 각목치기(미성년자가 조건만남으로 성매수남을 유인한 뒤 각목 등으로 돈을 갈취하는 행위)로 오해받는 등 근거 없는 소문이 일었다”며 “전혀 그런 사실이 없는데도 피해자들이 해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2차 가해를 받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