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청 소속 간부 공무원들이 내부 통신망 익명 게시판과 연관된 직원 간 메신저 내용을 당사자 동의 없이 열람한 혐의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의성군과 경찰, 피해자 등에 따르면, 의성군청 한 부서 소속 5급 사무관 A씨는 지난해 10월 23일 오전 타 부서에 근무 중이던 여성 공무원 B(7급)씨와 C(7급)씨를 호출한 뒤 “네가 발설했나. 누구한테 들었나”라며 반말과 고성을 섞어 추궁했다. 자신의 부서와 관련된 험담이나 부정적인 소문의 출처를 밝히기 위해서였다.
B씨는 무슨 이유로 불려 왔는지 알지 못한 채 A씨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자 A씨는 같은 부서 D(6급)씨와 함께 B씨와 C씨 부서를 방문해 업무용 컴퓨터를 열려고 시도했다. 컴퓨터 열람은 A씨가 먼저 제의했다고 한다.
당시 D씨는 A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C씨 컴퓨터를 열람했지만 뚜렷한 흔적이 나오지 않자 B씨의 컴퓨터도 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B씨는 “컴퓨터를 열지 말라”며 D씨에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신체 접촉도 발생했다.
그러자 A씨는 B씨를 자신의 부서로 데려가 “네가 소문을 퍼뜨렸느냐”며 재차 추궁했다. 그 사이 D씨는 B씨의 개인 메신저 내용을 열람한 뒤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이다. B씨는 “당시 촬영된 사진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메신저에는 B씨가 다른 직원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A 과장 부서가 잘 안 돌아간다”는 등의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이후 의성군청 내부 익명 게시판에는 ‘상급자라면 뭐든 할 수 있나’,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이건 진짜 아닌 것 같다’ 등 A씨와 D씨 행위를 비판하는 댓글 80여 건이 달렸다. 해당 사건을 목격한 뒤 경찰에 진술한 공무원들만 10명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B씨는 지난해 6월까지 A씨 부서에서 근무했다. 사건 이후 B씨는 불안 증세가 심해져 병가를 냈고, 정신과 치료도 받는 중이다. B씨는 “사적인 내용이 담긴 컴퓨터 열람을 시도하고 촬영한 대화 내용을 인쇄해 다수 직원에게 공개하는 등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수치심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타 부서 직원이 자신의 부서를 비난한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하려 했을 뿐”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경찰 조사에서 밝히겠다”고 해명했다.
의성군 공무원노조는 지난달 14일 해당 사안을 문제 삼아 A씨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같은 달 23일 피해자 진술 조사를 진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D씨의 혐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비밀 누설도 이 법에 해당한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진술을 통해 다각도로 수사했다”며 “곧 가해자들을 소환 조사한 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성군은 진상 파악을 위해 A씨와 D씨에 대한 감찰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직원 개인의 통신 내용을 동의 없이 열람한 것은 불법적이고 명백한 인권 침해”라며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해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