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수 경남도지사가 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부산·경남 행정 통합 문제와 관련해 “행정 통합은 주민투표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통합 지자체에 대한 자치권·위상이 보장되지 않는 통합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경남 행정 통합에 대한 최근 시도민 여론조사에서 ‘찬성’ 의견이 과반을 넘어섰지만, 박 지사는 행정 통합의 무리한 속도전이 자칫 지역 갈등과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박 지사는 행정 통합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의에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5%”라고 꼬집었다. 그는 “경남도의 예산이 14조원 가까이 되는데 법정·의무 경비를 빼고 도민을 위해 도가 자체적으로 쓸 예산은 전체의 5%밖에 안 되기 때문”이라며 “나머지는 정부가 목적 등을 다 정해서 지역에 내려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앞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지방정부로 부르겠다고 했는데, 지방정부라고 부를 만한 권한과 위상을 줘야 통합 인센티브가 되고, 통합하려는 의지가 생긴다”고 했다.
부산·경남 행정 통합은 최근 행정 통합을 추진하는 대전·충남, 광주·전남과는 다른 방식으로 추진된다. 다른 지역이 ‘하향식’ 추진 방식으로 속도를 낸다면, 부산·경남은 주민투표를 전제로 한 ‘상향식’ 통합 절차를 밟고 있다.
박 지사는 창원·마산·진해 통합 경험을 언급하며 “주민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통합은 갈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 논리로 밀어붙이는 통합은 시행착오와 후유증을 낳는다는 것이다. 이에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민투표를 통해 시도민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행정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는 통합된 자치단체의 위상과 권한 보장을 강조했다. 통합을 통해 몸집만 키우고 권한이 따라오지 않으면 갈등과 비효율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입법권, 조직권, 자치권, 재정권 등 모든 것이 지방정부에 걸맞은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며 “국가 기능을 지방으로 분산하지 않으면 균형 발전 정책이 이뤄질 수 없다. 정부의 지원 정책도 수도권과 거리가 먼 지자체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했다.
통합 지자체의 위상과 권한 보장을 위해선 특별법 제정, 중앙정부의 입장 정리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주민투표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지방선거 60일 전에는 주민투표를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4월 3일 이전에는 주민투표가 이뤄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지방선거 전 부산·경남 행정 통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 지사는 “못할 건 없지만, 물리적으로 시간이 빡빡하다”며 “광역시도 통합은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상 처음인 만큼 후유증을 줄이려면 주민투표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완수 지사와 박형준 부산시장은 수도권에 버금가는 ‘대한민국 경제수도’를 청사진으로, 2024년 11월 부산·경남 행정 통합에 합의했다.
지난해 연말 부산·경남 행정 통합 공론화위원회가 주민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53.65%가 행정 통합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앞선 두 차례(2023년 6월·2025년 9월) 조사에서는 찬성률이 30%대에 머물렀었다.
부산시와 경남도가 통합하면 인구는 670만명, 지역내총생산(GRDP)은 240조원에 달하게 된다. 경기도와 서울시에 이어 셋째로 큰 자치 단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공론화위원회는 13일 마지막 회의를 열어 의견을 정리한 뒤 양 시도지사에게 여론조사 결과 등을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박 지사는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선거 도전 여부와 관련해 “재선 도전 입장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도민 여론을 제 나름대로 들어보고 정리할 것”이라며 “도정 현안도 많고 신년 초에 챙길 것도 많다. 천천히 입장을 정리해 때가 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