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한 모텔 앞에서 경찰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창원시 한 모텔에서 20대 남성이 10대 중학생 3명을 흉기로 찌르고 창밖으로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가해자가 범행 전 흉기를 구입한 정황이 확인됐다. 계획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4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4시 24분에서 5시 8분 사이에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4층짜리 모텔 3층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피의자인 표모(26)씨는 투신해 사망했고, 객실 안에서 10대 3명이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다. 이 중 2명이 숨졌다. 1명은 중상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범행 당일 사건 현장에는 표씨와 10대 남녀 4명 등 총 5명이 있었다. 당초 사건 현장에는 표씨와 10대 3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1명이 더 있었던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표씨는 김모(14)양 등 10대 여성 2명을 약 2주 전 소셜미디어(SNS) 오픈 채팅방을 통해 알게 돼 한 차례 만난 적이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조건 만남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함께 논 적이 있는 사이로만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 채팅방의 성격은 경찰이 확인 중이다.

사건 당일 김양 등 10대 4명은 함께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표씨가 호감이 있는 김양에게 계속 연락을 취했다.

표씨는 이날 오후 2시 45분쯤 모텔 객실로 올라갔다. 모텔에 가기 전 인근 마트에서 흉기와 술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양은 “만나자”는 표씨의 연락을 받고 친구 A양과 함께 오후 4시 25분쯤 모텔에 도착해 객실에 들어갔다. 표씨는 “할 말이 있다”며 김양만 남겨 놓고, A양을 객실 밖으로 내보냈다.

객실 밖으로 나온 A양은 ‘쿵’ 하는 소리를 듣자, 인근에 있던 정모(14)군 등 친구 2명에게 연락을 했다. 이후 모텔을 찾아온 정군 등은 A양을 만나 객실로 올라간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이 모텔은 정문에는 감시카메라(CCTV)가 있지만, 후문에는 CCTV가 없어 정확한 시간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표씨는 A양과 정군 등 3명이 객실을 찾아오자, 문을 열어준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객실 안에서 대화를 주고받던 이들은 시비가 붙었고, 흉기 난동이 발생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5시 7분쯤 김양이 112에 신고했다. 수화기 너머로 고함과 함께 “하지 마”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고, 경찰은 긴급 상황으로 판단해 소방 당국과 공동 대응에 나섰다. 또 3분 뒤 A양이 112에 재차 신고해 모텔 위치를 알려줬다고 한다.

오후 5시 11분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모텔 객실 문을 두드렸고, 표씨는 창문을 통해 객실 밖으로 뛰어내렸다. 이미 객실 안에서 김양과 정군 등 3명을 흉기로 찌른 뒤였다. A양은 다치지 않았다.

이번 사건으로 현장에 있던 5명 중 표씨를 비롯해 3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경찰은 A양을 통해 사건 경위 파악에 나섰다. A양 진술 등을 근거로 표씨가 김양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고, 김양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흉기를 구입해 범행한 것인지를 살펴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어떻게 만났는지, 객실 안에서 어떤 이유로 시비가 붙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며 “또 시신 부검과 함께 사건 관련자 휴대전화 5대를 포렌식하고, CCTV 분석 등으로 범행 동기를 규명할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