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경북 안동댐에서 인양된 ‘15년 전 시랍화(屍蠟化) 시신’을 두고 살인 의혹 제기와 관련해 경찰이 최종 ‘각하’ 처분했다. 각하는 수사의 필요성이 없다고 인정될 경우 사건을 종결하는 처분이다.
안동경찰서는 16일 “지난 5월 19일 안동댐 선착장 부근에서 인양된 50대 시신의 머리와 손목 등 신체 일부가 훼손돼 살인 의혹 고소 사건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와 소견 등을 토대로 각하 처분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신 훼손 등을 이유로 ‘살인설’이 제기됐으나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타살로 볼 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부검 결과와 유서가 발견된 점, ‘A씨가 우울증을 앓았다’는 유족 진술 등으로 볼 때 재수사를 할 만한 정황이 없어 사건을 종결했다”고 말했다.
앞서 한 변호사는 ‘머리와 손목 등에 훼손 흔적이 있어 누군가 살해한 후 수장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검찰에 신원 미상인 피의자를 살인 혐의로 고소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최근 국과수에 해당 시신과 관련해 세 가지 자문을 구했다. 먼저 15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시신을 인양할 당시 머리, 손목, 발목 등 신체 일부가 훼손됐지만 몸통은 그대로 보존될 가능성과 신체 일부가 없어질 수 있는지 이에 대한 근거. 또 일반적으로 사람이 물에 빠져 익사할 경우 몸속 가스로 인해 물 위로 떠올라야 하나 이 사건처럼 물속에 가라앉아 그대로 보존된 이유 등이다.
국과수에 따르면, 해당 사건의 시신은 시랍화를 동반한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시랍화 현상은 시신이 산소가 부족한 수중에서 활동하는 혐기성 세균에 의해 분해돼 밀랍처럼 변하는 과정이다. 주로 진흙, 물속 등 저온 상태에서 시신의 지방산이 주변 칼슘·마그네슘과 결합해 비누처럼 굳어지는 현상이다. 시랍화는 수중 바닥에 가라앉은 시신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수십 년 이상 더 긴 시간에도 시신의 형태가 잘 유지될 수 있다고 한다.
국과수는 “수중 시신이 반드시 수면으로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안동호 시신처럼 수심이 깊고 수온이 낮을 경우 부패 가스가 발생해도 높은 수압에 의해 떠오르지 않거나 돌이나 진흙, 나뭇가지 등 다양한 변수로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시신의 신체 일부가 훼손된 의문과 관련해 뻘에 묻힌 시신의 상태와 장기간 물에 노출된 상태, 수중 생물, 환경 등에 따라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경찰이 앞서 해당 시신을 인양한 뒤 유전자 감식을 국과수에 의뢰한 결과, 15년 전인 2010년 8월 실종된 안동 Y학교의 교감 A(당시 53)씨로 확인됐다.
A씨 시신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전 안동수난구조대장 백민규(55)씨. 백씨는 당시 안동댐 인근에서 실수로 빠뜨린 사다리를 찾으려 물속으로 들어가 수심 30m 호수 바닥을 더듬다가 A씨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수온이 6도 정도로 냉장실 수준이었고, 바닥도 진흙으로 뒤덮여 시신은 미라처럼 보존되는 ‘시랍’ 상태로 발견됐다. 법의학계에선 시랍화 여부를 통해 사인(死因) 추정이나 사후 경과 분석에 활용하기도 한다.
앞서 안동호 시랍 시신 사건은 머리와 발목 등 신체 일부가 훼손돼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군가 A씨를 살해했고, 시신을 호수에 던져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유튜브 괴담’으로도 번져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