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경북 안동호. 남경희(45) 안동호 어민회장과 0.5t 배를 타고 달렸다. 호수 한가운데 다다르니 길이 100m 시커먼 띠가 보였다. 물 위에서 쉬고 있는 민물 가마우지 떼였다.
민물 가마우지는 몸길이 80~90㎝인 대형 물새다. 물속에 잠수해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원래 겨울철 잠깐 머물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으로 돌아가는 철새였지만 먹이가 풍부한 한반도에 눌러앉아 텃새가 됐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2016년 1만723마리였던 전국 민물 가마우지 수는 2022년 6년 새 3만2196마리로 늘어났다. 2023년 ‘유해 조수(鳥獸)’로 지정해 포획을 허용한 이후 2만2000마리 수준으로 줄었다가 지난해(2만7511마리) 다시 증가했다. 안동호에만 5000여 마리가 산다.
배를 몰아 400m 거리까지 접근하자 가마우지 1000여 마리가 일제히 하늘로 솟구쳤다. 남씨가 잽싸게 엽총을 들어 쐈지만 가마우지 떼는 유유히 사라졌다.
“에이 하루종일 총질했는데 한 마리도 못 잡았네. 기름값도 안 나와.” 남씨의 푸념이 쏟아졌다.
어민인 남씨가 그물 대신 총을 잡은 건 올 1월부터다. 수렵 면허를 따고 어선 엔진도 새걸로 바꿨다. 지긋지긋한 가마우지와의 전쟁 때문이다. 가마우지 한 마리는 하루에 많게는 3㎏씩 물고기를 먹어치운다고 한다. 어민 권오병(47)씨는 “원래 쏘가리, 메기, 붕어 같은 물고기를 매일 70㎏씩 잡았는데 2~3년 전부터 씨가 말랐다”고 했다. 28명이었던 어민도 4명으로 줄었다.
안동시는 올 1월 남씨 등 6명을 모아 가마우지 포획단을 구성했다. 안동시에서 기름값과 포상금을 준다. 기름값은 하루 2만원, 포상금은 한 마리당 2만원이다. 그러나 물고기 잡던 어민들이 날아다니는 가마우지를 잡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포획단원 6명이 지난 열 달간 잡은 가마우지는 40마리뿐이라고 한다. 남씨는 “가마우지는 경계심이 강하고 날렵해 유효 사거리가 40m 정도인 엽총으로는 많이 잡기 어렵다”고 했다.
배 위에서 안동호 주변을 바라보니 언덕이 눈 내린 듯 새하얗다. 가마우지가 둥지를 튼 번식지다. 남씨는 “가마우지 떼가 싼 배설물 때문에 파랬던 숲이 하얗게 말라 죽은 것”이라며 “이런 숲이 1년 새 2배로 늘어났다”고 했다. 가마우지 배설물은 산성이 강해 숲은 물론 흙까지 망친다.
강원 원주시 문막읍 섬강 일대에도 민물 가마우지 3000여 마리가 산다. 여기 어민들은 총을 쏘고 북을 치며 가마우지를 쫓는다. 어민 함귀문(54)씨는 “쫓아도 돌아서면 또 온다”며 “그물 안에 갇힌 물고기를 쪼거나 그물을 찢기도 한다”고 했다. 어민 민원이 잇따르자 원주시도 내년부터 포획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가마우지 퇴치에 성공한 곳도 있다. 대구 수성구는 독수리 연(鳶)을 띄워 수성못 둥지섬에 살던 가마우지를 내쫓았다. 수성구 김정탁 공원관리팀장은 “2022년쯤부터 가마우지가 하나 둘 모이더니 2023년에는 500여 마리가 둥지섬을 점령했다”며 “도심이라 총을 쏠 수도 없고 조류 기피제와 초음파 퇴치기도 소용이 없어 아이디어를 냈다”고 했다.
작년 2월 가마우지의 천적인 독수리 모양 연 40개를 설치한 이후부터 가마우지가 하나둘 사라졌다. 고무보트도 구입해 하루에 2번씩 섬을 순찰했다.
현행 유해조수구제법에 따르면 유해 조수로 지정되더라도 총기류나 포획틀 같은 도구로만 잡을 수 있다. 어민들은 “총기나 틀로는 가마우지의 번식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없다”며 “그물이나 긴 낚싯줄을 활용하는 등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박희천 경북대 생물학과 명예교수는 “미국 오클라호마주나 일본 야마나시현 등에선 둥지나 알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개체 수 조절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