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울산화력발전소에서 보일러동(타워) 붕괴 사고와 관련, 이 구조물을 해체하기 전 원청업체인 HJ중공업이 작성한 ‘안전 관리 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업체는 큰 틀에선 ‘위쪽부터 구조물을 해체해야 한다’고 봤으나 실제로는 아래쪽부터 해체하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발파 해체의 경우 아래쪽 구조물을 철거하는 ‘취약화 작업’을 하기 전에 방호 작업 등 위쪽에 필요한 작업을 먼저 마쳐야 하는데, 계획서상 아래쪽 구조물부터 철거한 것으로 돼 있다”며 “작업 순서가 잘못돼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9일 본지가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울산기력 4, 5, 6호기 안전 계획서’에 따르면, 이들은 해체 때 구조물이 붕괴돼 작업자가 매몰되는 경우를 ‘위험 요인’으로 명시했다. 그러면서 대책으로 ‘구조물 철거 작업 시 상부에서 하부 방향으로 철거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썼다.
하지만 막상 보일러동 해체 작업에 대한 세부 계획엔 ‘하부 10m 이내 보일러 내부 및 설비류 철거’를 1단계로 한다고 돼 있다. 실제로는 하부부터 후속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 보고서를 함께 분석한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일반적으로 구조물 해체 작업은 상부에서 하부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며 “하부부터 철거 작업을 하면 그만큼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업체 측은 하부 철거 작업을 하고 난 뒤 취약화 작업을 진행하고, 막판에 방호 작업을 할 계획이었다. 마지막 단계가 발파다. 실제 발파 작업을 맡은 업체 ‘코리아카코’ 측 관계자는 앞서 본지에 “사고 당시 (작업자들이) 타워 하부의 취약화 작업을 끝내고 방호 작업을 하기 위해 올라갔다”며 “철거 계획서에 따라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해체 업계 관계자는 “방호 작업은 취약화 작업 전에 모두 끝내는 것이 원칙”이라며 “취약화가 끝난 건물에 다시 들어가 작업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최 교수도 “법에는 규정하고 있진 않지만, 하부가 취약한 상태에서 방호 작업을 하는 것은 안전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계획서 곳곳에는 기본적인 수치가 잘못 기재된 경우도 많았다. 계획서 앞부분 ‘공사 개요’에는 이번에 사고가 난 보일러동의 제원을 ‘12층, 높이 63.4m’로 적었는데, 뒷부분 ‘중점 관리 대책’에는 보일러동 높이를 ‘56m’로 기재했다. ‘주요 구조물 해체 계획’에도 56m라고 돼 있다. 하나의 보고서 안에서 해체한다는 주요 구조물의 제원을 제각각으로 쓴 것이다. 최 교수는 “실제 현장에서는 10㎝, 1m 오차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