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경찰청. /뉴스1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경호·경비 업무로 파견되었다가 숙소에서 술판을 벌인 경찰관 중 1명이 앞서 경찰서 내 보관 중이던 압수물을 도난당한 사건으로 감찰 조사를 받던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경찰은 “징계 요구 또는 처분 중인 상황이 아니라 파견 근무에 결격 사유는 없다”며 이 경찰관을 국가 행사 지원 인력으로 파견을 보냈고, 결과적으로 음주 물의로 망신을 샀다.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창원서부경찰서 소속 경찰관 5명은 지난달 27일 APEC 행사가 열리는 경북 경주로 파견됐다. 이들은 다음 날 경호·경비 업무 투입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파견 첫날부터 외부에서 주류를 들여와 숙소에서 술을 마셨다. 당시 경남경찰청은 국가 중대 행사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음주 자제령’을 내린 상태였다. 특히 이들이 묵었던 숙소는 주류 반입이 금지된 한 기업 연수원이었다.

이들은 그럼에도 술판을 벌였고, 술을 마신 한 명은 과음으로 방 내부 샤워실에 구토까지 했다. 이들은 다음 날 이를 치우지 않고 근무에 나섰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폐막일인 지난 1일 오전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주변에서 경찰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뉴스1

이들의 행위는 다음 날 숙소 관계자가 숙소 정리를 위해 방 안에 들어갔다가 발견해 경북경찰청에 알리면서 드러났다. 경북경찰청으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은 경남경찰청은 즉각 이들을 복귀시키고 대체 인력을 투입했다. 이들이 술을 마신 시간은 근무 시간이 아닌 휴게 시간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경남경찰청은 중대한 국가 행사 지원 업무에 투입된 상황에서 음주한 사실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보고 감찰을 진행 중이다.

이번 음주 물의를 빚은 경찰관 중 1명인 A 경찰관은 최근 경찰서 내에 보관 중이던 중요 범죄 증거물인 ‘압수물’을 도난당해 감찰 조사를 받던 중 파견을 갔다가 또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압수물 도난 사건은 지난 9월 3일 창원서부서가 오토바이 절도 혐의를 받는 10대들에게 압수한 오토바이를 다시 이 10대들에게 도둑맞은 사건이다.

창원서부서는 압수물 도난 사실을 약 2주가 지난 뒤에야 알아차렸다. A 경찰관은 당시 창원서부서 수사과 압수물 관리를 맡았다고 한다. 도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창원서부서가 오토바이 등 압수물에 대해 잠금장치를 해야 한다는 지침을 지키지 않았고, 압수한 증거물을 매일 확인해야 하는 ‘일일 점검’도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경남경찰청은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이 지난달 28일 경남 창원시 경남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남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 일로 경남경찰청의 감찰 조사를 받던 A 경찰관은 지난 9월 말 APEC 경주 파견 근무에 지원했다. A 경찰관이 감찰 조사를 받고 있던 사실은 창원서부서와 경남경찰청도 알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징계 요구 또는 처분 중인 자가 아닌 만큼 파견 근무에 결격 사유는 없었다”며 “압수물 관리 부실과 APEC 음주 물의 등 관련 직원에 대한 감찰 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