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2025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에 출전한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의사와 환자들이 등에 새겨진 '심장' 모양의 로고를 가리키고 있다. /박성원 기자

“숨 차고 심장 뛰는 게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26일 춘천마라톤(조선일보사·춘천시·스포츠조선·대한육상연맹 공동 주최) 10㎞ 부문을 1시간 11분 35초에 완주한 김희성(66)씨가 벅찬 얼굴로 아내와 마주 보며 웃었다. 김씨는 지난 20여 년간 격한 운동을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의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관상동맥에 스텐트가 5개 삽입돼 있기 때문이다. 40대 때 등산 중 처음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심장 시술만 수차례 받았다. 이렇게 마라톤과 연이 없을 것 같았던 ‘환자’였는데, 예순을 훌쩍 넘은 나이에 춘마 10㎞ 도전을 거뜬히 해내고 ‘러너’로 거듭났다.

김씨를 춘마에 초대한 건 주치의인 이봉기 강원대 심장내과 교수다. 이 교수는 “적지 않은 심장 환자들이 ‘움직이면 큰일난다’고 오해하고 있는데, 심장도 재활이 필요하다. 안정기 이후엔 운동으로 심폐 기능을 강화하는 걸 권장한다”고 말했다. 수술 후 ‘몸이 약해져 정상인처럼 지내기 어렵다’는 생각으로 위축된 환자들에게 운동은 좋은 심리적 처방도 된다고 한다. 실제 김씨도 “그동안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기만 하고, 왜 이 병 때문에 힘들게 사나 싶었는데, 나도 이제 ‘괜찮은 사람’이 됐다는 기분이 들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26일 오전 춘천마라톤에서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의사와 환자들이 가슴 앞에서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박성원 기자

이 교수는 이런 운동의 효과를 알리기 위해 지난 7월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안영근 이사장(전남대병원) 등 동료 의사들과 이들이 담당하는 환자들에게 함께 춘마에 나가자고 제안했다. 러닝은 개인이 운동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특히 추천하는 종목이라고 한다.

그렇게 모인 의사 6명, 환자 9명이 10㎞ 코스에 도전, 무릎 통증으로 이탈한 1명을 제외하고 14명이 완주에 성공했다. 이 교수는 “의사들이 자기 환자의 혈관 상태, 심장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끝까지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6일 춘천마라톤에 참가한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의사와 환자들이 10km 부문 출발 전 모여 기념 촬영을 했다. 웃으며 손하트를 만들어 보인 멤버들./박성원 기자

30대 때부터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겪고 스텐트를 3개 삽입한 안치호(50)씨도 두려움을 지우고 문제없이 골 라인을 통과했다. 그는 “처음엔 걷기만 해도 호흡이 가빴는데 준비하면서 달리는 거리가 조금씩 늘어나 ‘어쩌면 나도 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오늘 완주로 자신감과 확신을 얻었다”며 “그동안 무기력함 때문에 방전됐던 에너지가 춘마로 한 방에 충전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새 인생을 살고 싶다면, 다시 한번 시작하고 싶다면 달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