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구급차. /뉴스1

경남 창원에서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진 60대 환자가 사고 발생 100여 분이 지나서야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통상 중증 외상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골든타임(적정 시간)은 60분 이내다.

23일 창원소방본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8시 22분쯤 창원시 진해구 회현동에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60대 여성 A씨가 1t 화물차에 치여 다리 등을 크게 다쳤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는 약 2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A씨는 다리 부위에 개방성 골절 등으로 출혈이 있었지만, 의식은 있었다고 한다. 구급대는 A씨를 응급 처치하면서 이송할 병원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경남과 인근 부산·울산·대구 지역에 있는 병원 25곳에서는 진료·중환자 불가, 병상·의료진 부족 등 이유로 A씨를 받아주지 않았다. 뒤늦게 A씨를 받아주기로 한 창원 한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0시 7분쯤이었다. 사고가 난 지 100여 분이 지난 뒤였다. 뒤늦게 A씨를 수용한 병원 역시 애초에는 심폐소생술(CPR) 환자를 치료 중이라 수용이 어렵다고 했다가, 이후 환자 상태가 심각해지자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다음 날인 15일 오전 3시 56분쯤 사망했다. 의료진은 A씨가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혈액이나 체액이 대량 손실되어 혈액량이 감소하면서 사망했다는 의미다.

통상 중증 외상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골든타임(적정 시간)은 발생 후 1시간 이내다. 환자를 수용할 병원을 찾느라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다. 창원소방본부 관계자는 “야간이었던 데다 의료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중증 외상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을 찾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A씨 사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경남이 자랑하는 응급의료서비스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에는 지난해 8월 경남권역외상센터가 경상국립대병원(진주)에 문을 열었다. 이곳은 다발성 골절·출혈을 동반한 중증외상환자에게 365일 24시간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설·장비·인력을 갖춘 곳이다.

사고 당시 A씨는 의식이 있었고, 현장 출동 구급대는 A씨를 중증응급환자로 분류하지 않아 이곳 권역외상센터에 이송 문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경남도가 1초라도 더 빠른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전국 최초로 구축·운영 중인 ‘경남응급의료상황실’도 가동되지 못했다. 이곳은 중증응급환자 발생 시 현장 소방 구급대의 요청에 따라 병원 선정과 수용협의, 필요 시 전원 조정까지 전 단계를 하나의 창구에서 통합대응하는 곳이다. 하지만 당시 출동했던 119구급대와 창원소방본부는 경남도 응급의료상황실에 문의하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A씨를 친 1t 화물차 운전자 B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해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