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은 피지 않고 몸통은 휘지 않은 것이 향내 진한 1등품이죠. ”
9일 오전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리 봉화산림조합공판장. 산에서 갓 채취한 송이버섯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자 송이 선별 담당자의 손길도 분주해졌다. 이날 공판물량은 120㎏. 1등품은 kg당 38만7000원, 2등품은 28만7000원, 3등품은 22만1600원, 등외는 13만1000원에 낙찰됐다. 추석 전 kg당 80만원을 웃돌던 1등급 송이 가격이 채취량 증가로 절반 이상 떨어진 것이다.
송이 주산지인 경북 봉화에선 지난 7일 첫 공판이 시작된 이후 8일 기준 공판량은 총 220kg이다. 지난해 첫 공판 당시 봉화의 출하량이 1.62㎏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시작부터 풍년 분위기다.
산림조합에 따르면 역대급 가뭄과 폭염으로 송이 출하 시기는 예년보다 20여 일 늦었다. 추석 대목이 끝난 뒤라서 송이 가격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연휴 기간 택배업체의 휴무도 송이 가격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송이 가격이 떨어져도 출하 농민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하다. 유통 상인들도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물야면 주민 강신호(61)씨는 “송이 가격이 내려가면 소고기 등 육류 소비도 늘어나 되레 지역경제가 살아난다”고 했다. 소천면 주민 황명익(80)씨는 “해발 900m 산속에서 고생 끝에 채취한 3kg 송이로 50만원을 낙찰받았다”며 “가격이 싸더라도 많이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림조합 측은 올해 봉화 송이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여름철 폭염이 일찍 잦아들고 최근 적당한 강수량에 밤낮 기온차도 뚜렷해 송이 생육에 최적의 조건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정영기 봉화군산림조합장은 “일조량과 습도가 적절히 맞아 송이 균사가 고르게 퍼지고 있다”며 “이대로면 60~70% 채취량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추석 직전까지만 해도 ‘금송이’라 불릴 정도로 송이는 품귀현상을 빚었다. 지난 3일 강원도 양양 송이가 1등품에 161만1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연휴 전 문경 송이도 1등급에 86만5000원선에 거래되기도 했다.
산림조합중앙회 공판 자료에 따르면 8일 기준 전국에서 송이 3만 7247kg이 공판됐다. 송이는 주로 강원과 경북지역에서 채취된다. 산림조합 관계자는 “공식 입찰을 통한 송이 공판량보다 실제 시중에 거래되는 송이 양은 3배 정도 될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때아닌 송이 풍년에 봉화군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봉화 송이축제는 16일부터 19일까지 내성천 일원에서 진행된다. 봉화군 관계자는 “지난해 송이버섯이 거의 나지 않아 구경조차 어려웠지만 올해는 늦게나마 송이 향을 느낄 수 있게 됐다”며 “송이 작황이 좋으면 봉화 송이축제도 성대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