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에 차례상을 차리는 가정이 10곳 중 4곳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명절 의례 간소화와 핵가족화, 가치관 변화가 맞물리면서 전통 차례상 문화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3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추석에 차례상을 차린다는 응답자는 40.4%에 그쳤다. 전국 17개 시도의 20대 이상 과일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5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조사다.
이는 2016년 조사 때 차례상을 차린다는 응답(74.4%)과 비교하면 34%포인트나 줄어든 수치다. 불과 7년 사이 차례상을 차리는 가구가 절반 가까이 감소한 셈이다.
◇추석 연휴, 절반 이상 “친척집 방문”
추석 연휴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본가나 친인척 집 방문’이라는 답변이 54.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집에서 휴식 및 여가생활’(34.9%), ‘국내여행’(5.5%), ‘해외여행’(2.7%) 순이었다.
차례상을 차리는 가정에서도 상차림 방식이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 예법에 맞춰 간소화한다’는 응답이 58.4%로 가장 높았고, ‘전통 예법에 따라 준비’(21%),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 위주’(14.9%), ‘조상이 좋아하던 음식 중심’(5.2%) 순이었다.
특히 ‘전통 예법 준수’ 응답은 2016년 47.6%에서 21%로 절반 이상 줄었고, ‘조상 선호 음식’ 답변도 10.3%에서 5.2%로 반토막 났다. 반면 ‘간소화’ 응답은 29.8%에서 58.4%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차례상에 수입과일도 늘어
차례상에 올리는 과일도 변화하고 있다. 국산 과일 선호도는 배(28.9%)와 사과(28.6%)가 비슷한 수준으로 가장 높았고, 단감(17.4%), 포도(13.2%)가 뒤를 이었다.
주목할 점은 수입 과일을 차례상에 올린다는 응답이 34.9%로 7년 전보다 11%포인트 늘었다는 것이다. 차례상용 수입 과일로는 바나나(49.5%)가 압도적이었고, 오렌지(22.0%), 키위(9.8%), 파인애플(7.9%) 순으로 집계됐다.
연구원 관계자는 “명절 의례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면서 가족 중심의 실용적인 명절 문화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