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밥상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나. 자원 고갈과 기후위기, 전염병과 국제 정세의 변수까지 겹치면서 지금의 익숙한 밥상 풍경이 언젠가 ‘과거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기 한 점에도 탄소·물·사료·토지라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 점차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지구는 더 빠르게 병들고 있다.
동물들의 생명은 어떠한가? 현대인의 밥상에 빠질 수 없는 ‘고기’는, 이제 전통적인 축산업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 지점에서 ‘배양육’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등장했다. 돼지, 소, 닭, 심지어 생선까지 직접적인 사육 없이 실험실과 공장에서 고기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연금술이다. 동물에서 채취한 세포를 공장 내 무균 환경에서 길러 고기의 맛과 식감을 재현하는 이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되기 위해 갖가지 연구와 공정이 이어지고 있다. 농사 짓고 가축을 키워야 먹고살던 시대를 지나, 첨단 과학 기술을 등에 업은 새로운 밥상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배양육은 말 그대로 ‘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고기’다. 소·돼지·닭 등에서 극소량의 세포를 채취해, 영양액(배양배지) 속에서 증식시키고 근육·지방으로 분화시킨 뒤 모양과 식감을 만들어낸다. 한 배양육 업체 연구진은 이를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며 “포도 한 송이로부터 당분 첨가, 미생물 증식, 알코올 생성 등이 이루어지듯, 특정 동물의 세포도 여러 작용을 거쳐 고기로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도축업장이 아닌 공장에서 만들어졌을 뿐, 배양육 역시 결국 일종의 식품이라는 것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배양육에 대해 “대부분의 위해요인은 기존 식품과 공통적이고 배양 공정 특유의 원료·장비·기록 관리가 핵심”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배양육을 공정 특성에 맞게 잘 관리한다면, 당장 우리 밥상에 오를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눈 감고 먹으면 구분 못 한다?
배양육이 본격 도입된 곳은 싱가포르와 미국이다. 싱가포르는 2020년 세계 최초로 굿미트(Good Meat)의 배양 치킨 판매를 허가하며 상용화의 문을 열었다. 이후 레스토랑과 배달플랫폼을 통해 제한적 유통을 이어가며 자국 내 식품으로서의 허용 범위를 넓히기도 했다. 미국은 2022년 업사이드푸즈(Upside Foods)가 FDA(식품의약국)로부터 자사의 배양육 제품에 ‘문제 없음’ 판정을 받았고, 2023년USDA(미 농무부) 승인을 거치며 미국 내 첫 합법적 판매를 시작했다.
뒤이어 샌프란시스코 지역 내 레스토랑에서 배양육 요리를 시범적으로 제공했고, 이후 관련 제품과 생산 시설 확장에 나서고 있다. 두 나라뿐만 아니라 영국, 네덜란드, 체코 등 유럽과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도 배양육 시장 확장을 시도하는 중이다. 배양육이 밥상에 오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맛’이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안전한 식품이라고 한들, 맛이 없으면 대체식량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주간조선은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배양 연어’ 생산 공정을 방문해 배양 연어를 시식해봤다. 생전 처음 본 배양 연어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일반 연어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생김새가 비슷했다. 주황색 살점에 흰 지방결이 있는, 우리가 흔히 아는 연어의 모양새였다. 훈제한 후 비스킷 위에 올려진 배양 연어의 맛 역시 이질감이 없었다.연어 특유의 향과 부드러우면서도 탄력 있는 식감이 살아있었다.
해당 배양 연어를 생산하는 업체인 와일드타입(wildtype) 측은 “현재 캘리포니아내 3곳의 식당에 이 배양 연어를 납품하고 있다”며 “지역 내 유명한 셰프들과도 협업을 시작했고 곧 다른 지역으로도 상용화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렇게만 보면 배양육을 상용화하는 데에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현실적 장벽들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가격’이다. 현재 배양육의 원가는 평균적으로 전통 축산물보다 몇 배 이상비싸며,시간과 인력도 더 많이 소모된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배양육 산업이 비교적 활성화되는 중인 미국 역시, 높은 단가로 인해 업체들이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와일드타입 관계자는 “가격이 높다는 점은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려 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슬픈 현실”이라며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공정 시스템이 일반 가공육 공장들에 준할 정도로 체계화되고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싱가포르와 미국에서 판매 중인 배양 치킨이나 연어는 일반 제품보다 약 1.5배 이상 높은 가격에 책정됐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아직 일반육 대신 배양육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전통 축산 농가들과의 공존 문제, 안전성 검증 역시 과제로 남아 있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배양육 산업을지원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배양육 업체들은 이 일반육을 생산하는 농민들, 가공 업체들과의 공존을 위한 대책도 세워야 하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내에서 배양육을 활용하는 한 식당 업주는 “가축들이 완전하게 멸종하기 전까지는 배양육이 일반육을 전면 대체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국가 주도 지원 정책 필요해”
아직은 불완전하지만 배양육은 식량이 고갈될 먼 미래에는 필수재가 될지도 모른다. 국내에서도 배양육과 관련된 연구와 상용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배양육 연구를 진행 중인 경상국립대학교 축산과학부 주선태 교수는 “배양육은 전기차나 AI와 마찬가지”라며 배양육 기술 개발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오렌지 카우’라는 배양육 업체를 창업하기도 한 주 교수는 지난 5월 실제 소고기처럼 마블링이 들어간 배양육 개발에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주 교수에 따르면, 국내에는 약 10여곳의 배양육 스타트업들이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온전하게상품화할수있는단계는아니라고한다.앞서 언급된 높은 가격의 문제와 온전한 맛을 끌어내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 교수는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양육 개발 지원 시기에 대해 그는 “미국이나 싱가포르 등 배양육 산업을 주도하는 국가들이 자리를 잡은 뒤시장에들어서면이미늦은것”이라며“기술개발경쟁에 뛰어들지 않으면 언젠가는 비싼 값을 주고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고 말했다. 주 교수의 바람처럼, 식약처는 지난해 ‘세포배양식품원료에 대한 한시적 기준·규격’ 제출 가이드를 내고 배양육 기업이 제출해야 할 안전성 자료와 절차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밥상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지금의 일반 고기들이 100년 이후에도 계속 생산될지, 완전히 멸종될지 아무도 모른다. 배양육은 이러한 불확실성 속 강요가 아닌 한 가지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가능성’에서 그쳤던 단계를 지나 ‘가능’으로 넘어왔다. 공정 과정에서의 단가를 낮추는 ‘가격 경쟁력’, 추가적인 기술 연구로 완벽하게 재현하는 ‘맛’, 투명하고 철저한 관리를 통해 ‘안전’을 확보한다면, 우리 밥상은 새로운 내일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