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40대에서 자살이 암을 앞질러 사망원인 1위에 올랐다. 1983년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그동안 10~30대 젊은층의 주된 사망요인이었던 자살이 이제 경제활동의 중추인 40대까지 번지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이 25일 공개한 ’2024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로 숨진 사람은 1만4872명으로 전년 대비 894명(6.4%) 늘었다. 이는 2011년 이후 13년 만의 최고치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도 29.1명으로 1.8명(6.6%) 상승해 2011년(31.7명)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경제 허리층 40대, 자살이 사망원인 1위로
40대 사망 원인에서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 26%로 암(24.5%)을 처음 넘어섰다. 2023년에는 암이 25.9%로 자살(23.4%)보다 앞서 있었으나 순위가 바뀐 것이다.
전문가들은 40대 자살 증가에 대해 경제적 부담과 중년기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젊은층의 경우 유명인 자살에 따른 ‘베르테르 효과’ 등 사회적 영향을 받기 쉽지만, 핵심 경제활동 연령대인 40대는 상대적으로 경제적 요인의 영향이 클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른 연령층에서도 자살 비중이 확대됐다. 10대 사망자 중 자살 비율은 2023년 46.1%에서 작년 48.2%로, 30대는 40.2%에서 44.4%로 각각 증가했다. 10대부터 40대까지 모든 연령층에서 자살이 사망원인 1위를 기록한 반면, 50대 이상에서는 암이 1위였다.
◇자살 사망자 13년만에 최다
자살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작년 1만4872명으로 전년 대비 894명(6.4%) 늘어났다. 자살 사망자가 2년째 연속 증가하면서 2011년 이래 13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9.1명으로 전년보다 1.8명(6.6%) 올랐다. 이 역시 2011년(31.7명) 이후 최고 수준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41.8명)이 여성(16.6명)보다 2.5배 높았다.
국제 비교에서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OECD 기준 연령표준화 자살률에서 한국은 26.2명으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이는 OECD 평균(10.8명)의 2.4배에 해당한다.
OECD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각국의 연령 구조 차이를 보정해 산출하는 지표로 국가 간 자살률 비교에 활용된다.
OECD 기준 연령표준화 자살률에서 우리나라는 26.2명으로 회원국 중 1위를 유지했다. OECD 평균(10.8명)의 2.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정부와 사회가 지난 10여년간 자살 예방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왔음에도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관계자는 “특히 40대 사망원인에서 자살이 처음으로 1위가 된 점을 주목해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사망자 코로나19 이후 다시 증가
작년 전체 사망자는 35만8569명으로 전년보다 6058명(1.7%) 늘었다. 남성 19만1738명, 여성 16만6831명이다. 하루 평균 사망자는 980명으로 전년 대비 14명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022년 약 37만3000명까지 치솟았던 사망자 수는 2023년 35만2511명으로 줄었다가 다시 상승 전환했다. 인구 고령화도 사망자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80세 이상 사망자가 전체의 54.1%를 차지해 10년 전보다 15.3포인트 높아졌다.
전체 사망원인 1위는 여전히 암이다. 전체 사망자 4명 중 1명(24.8%)이 암으로 사망했다. 인구 10만명당 암 사망률은 174.3명으로 전년보다 7.5명(4.5%) 상승했다. 암종별로는 폐암(38.0명), 간암(20.4명), 대장암(19.0명), 췌장암(16.0명), 위암(14.1명) 순으로 사망률이 높았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전립선암(9.7%), 식도암(9.0%), 췌장암(6.7%) 등이 큰 폭으로 늘었다. 암을 포함한 3대 사망원인(암·심장질환·폐렴)은 전체 사망의 42.6%를 점유했다. 사망원인 순위는 암에 이어 심장질환(65.7명), 폐렴(59.0명), 뇌혈관질환(48.2명), 자살(29.1명)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