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기자 경남 남해군 미조면의 한 양식장에서 적조로 폐사한 참돔. 450㎏짜리 고무통에 가득 담겨 있다.

지난 16일 오전 경남 남해 미조면 앞바다의 한 참돔 양식장. 어민들이 물 위로 배를 드러낸 채 둥둥 떠오른 참돔을 뜰채로 쉴 새 없이 퍼 올렸다. ‘붉은 재앙’이라 불리는 적조가 6년 만에 남해 앞바다에 확산하면서 물고기들이 죄다 질식사한 것이다. 물고기 450~470kg이 담기는 고무 대야 수십 통이 금세 가득 찼다. 추석 대목에 출하하려고 3년간 키운 참돔들이 떼로 죽어나가는 모습에 어민들의 얼굴이 잿빛이 됐다.

전국에 수산물을 공급하는 경남 남해안이 어패류(魚貝類) 집단 폐사로 신음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적조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최근에는 산소 농도가 지나치게 낮은 물 덩어리 ‘빈산소수괴’까지 퍼지면서 양식 어류와 가리비, 굴 등 패류까지 모두 죽어나가고 있는 탓이다. 한여름 폭염에도 그나마 잠잠했던 고수온 피해도 뒤늦게 나타나고 있다. 최악의 ‘삼중고’에 어민들은 “지옥이 따로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경남은 우리나라 가두리 양식장 약 83만㎡의 절반 이상인 42만㎡가 밀집해있다. 고성 앞바다에선 우리나라 가리비 약 70%, 창원에선 홍합 50% 이상이 난다. 그런데 지난 15일까지 고성·창원 일대 패류 양식장 약 220ha에서 폐사 신고가 접수됐다. 누적 피해액은 45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10월부터 수확철인 가리비의 경우, 현재 통발 속 대부분 빈 껍데기만 남아 있고 알맹이는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빈산소수괴가 바다에 퍼지면서 산소를 마시지 못한 가리비가 다 죽은 것이다. 빈산소수괴는 해수가 잘 순환되지 않는 지역에 비가 많이 내리고 해수 온도가 올라갔을 때 주로 발생한다. 고성 가리비 자율공동체의 공종열 위원장은 “추석과 11월 김장철만 기다렸는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인지 모르겠다”며 “10월부터 내년 4월까지 수확을 하는데, 이러다 빚만 지고 내년엔 양식도 못할 판”이라고 했다.

지난 8일 통영 욕지도 가두리 양식장에선 “물고기 304만여 마리가 고수온 때문에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올해 첫 고수온 신고다. 지난달 초 욕지도 주변 해수 온도는 29도까지 치솟았다. 어민들은 그동안 폐사한 물고기를 냉동고에 보관했다가 한 번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조 피해도 늘고 있다. 17일 오후 기준 남해·하동·거제·통영·사천·고성 등 6개 시군에서 참돔·숭어·방어·조피볼락(우럭) 등 양식 어류 총 281만3808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피해액은 59억5500여 만원으로 추산된다.

박태규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는 “적조, 빈산소수괴, 고수온 피해가 동시에 발생한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상 기후 여파로 이달까지는 이런 현상이 반복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