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관계였던 50대 여성을 미리 준비한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4부(재판장 손승범)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54)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 출소 후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내렸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 4월 21일 오후 11시 12분쯤 인천시 미추홀구 수봉공원에서 사실혼 관계였던 5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오랜 기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가 별거한 상태였다. A씨는 범행 직후 달아났다가 다음 날인 오전 4시 53분쯤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인근에서 체포됐다. 체포될 당시 차 안에서 흉기를 목에 겨눈 채 경찰과 4시간 이상 대치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특공대가 창문 파쇄기로 운전석 차창을 두드려 깨부수고 테이저건을 발사해 A씨를 제압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산업재해를 겪은 뒤 마약성 진통제 등을 먹으면 특정 기간 기억을 잃는다”는 취지로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또 계획 범죄도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 측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당일)피해자 동선을 알고 차량을 대여하고 대기한 점, 차량으로 피해자 앞을 가로막은 점,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한 점 등을 비춰 볼 때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해 실행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산재 사고로 거동이 불편한 A씨를 돌보며 치료를 도와왔지만, A씨는 오랜 기간 피해자와 동거 가족들에게 욕설 및 폭력 등을 행사해 결국 사실혼 관계가 끝났다”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을 거부한다는 등의 이유로 분노해 미리 준비한 흉기로 살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느끼며 생을 마감했을 것”이라며 “피고인이 심신 미약을 주장하고 있지만 받아들이기 어렵고 범행의 계획성 및 재범 위험성 등이 모두 인정되며, 유족 모두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