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9일, 구독자 163만명을 보유한 브라질의 한 유튜브 채널(Balas Geladas·‘차가운 총알’을 뜻하는 포르투갈어)에 현재의 한국의 상황을 ‘국가 붕괴’로 묘사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일본어로 제작된 이 영상은 1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은 “한국은 증오의 불길에 휩싸여 있다. 187만명 이상이 거리 시위에 참가했다. ‘이재명은 사임하라’는 구호가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라는 내용을 담은 반한(反韓) 가짜뉴스다. 내용은 더욱 황당하다. 영상은 “전국 모든 공무원 급여가 최대 37%나 삭감되었다. 그것도 6개월이라는 기간에 걸쳐서”라며 “생활비, 집세, 교육비, 대출 상환 등 모든 것이 연쇄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서울 시내 ATM기 앞에는 긴 행렬이 이어졌고, 이미 5개 지방 은행에서는 현금 인출이 일시적으로 제한되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브라질 채널은 6개월 전만 해도 포르투갈어로 디저트 요리 비법을 알려주던 곳이다. 그러다 한 달 전부터 기계 번역을 이용해 일본어로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를 퍼트리기 시작했다.
일본어로 제작된 가짜뉴스에 대한 우려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지난 6월 일본에 거주하는 한 재외국민은 이재명 대통령의 소셜미디어에 “최근 이른바 극우 유튜버들이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며 “계엄옹호, 탄핵반대,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유포하고 있다”고 고발하기도 했다.
원래부터 한국 관련 가짜뉴스가 유튜브를 통해 전파되는 일은 많았지만,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직후부터 그 심각성이 더욱 커졌다. 이제 인공지능(AI) 도구를 사용하면 어느 나라 언어로도 유튜브 영상을 만들 수 있다. 목적은 돈이다. 이제 브라질까지 돈을 벌려고 한국 관련 가짜뉴스를 제작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발 음모론’은 국경을 넘어 일본 사회로 수출되기 시작해, 이제 돈이 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에서 가짜뉴스 생산에 나서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일본 미디어 상황도 관련이 있다. 고미요지 도쿄신문 전 논설위원은 “일본 매체들이 한국 관련 보도를 짧게, 단편적으로만 다루기 때문에 깊이 있는 내용을 원하는 사람들은 유튜브로 이동하는 것”이라며 “특히 한국인이 일본어로 직접 설명하는 유튜브 콘텐츠가 간결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언론은 ‘어차피 독자들이 관심 없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한국 정치 관련 보도를 거의 하지 않는다”며 “그 결과 한국 사회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기보다, 일본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에만 집중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본의 뉴스 유통 구조도 이런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데, 정치나 국제 뉴스, 심층 분석을 보려면 유료 결제가 필요해 사람들이 유튜브로 이동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가짜뉴스 ‘불 댕긴’ 한국 유튜버들
가짜뉴스 확산은 탄핵 관련 찬탄·반탄으로 갈라섰던 혼란 시기에 국내 유튜버를 통해서였다. 지난 3월 서울 도심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현장을 담은 구독자 76만명 한국 유튜버의 일본어 영상은 16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흥분된 목소리로 카메라를 향해 “1000만명이 모였다”고 외쳤다.
경찰 발표로는 수십만 명 수준에 불과했지만, 숫자의 과장과 감정적 언사는 사실보다 강력했다. 지난 4월에는 또 다른 한국인 유튜버(구독자 92만명)가 시위 현장을 일본어로 생중계했는데, 영상 제목이 ‘일본어를 쓴다고 죽이겠다는 반일과 싸웠다’였다. 영상에는 “윤석열 대통령 아니었으면 나라가 망했을 것”이라는 식의 일방적 주장이 대다수였다. 조회수 256만회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어 영상으로 대다수 시청자가 일본인으로 보인다.
최근 상황에 대해 일본 싱크탱크 동아시아총합연구소 윤성준 서울 소장은 “일본인이 한국을 소개하는 콘텐츠보다, 한국인이 일본어로 자국의 정세나 사회를 설명하는 유튜브 콘텐츠가 훨씬 더 인기를 끌게 되었다”며 “사실상 ‘일본어를 구사하는 한국인 유튜버’가 일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일종의 비공식 미디어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짜뉴스는 그냥 ‘가짜’라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고미요지 전 논설위원은 “한국 유튜버 콘텐츠에 대한 일본 시청자의 신뢰도는 ‘반신반의’가 일반적”이라며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으니까 ‘이런 얘기도 있구나’ 하면서 받아들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한국 유튜버들이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같은 매체를 인용하면 더 신뢰할 수 있는 정보처럼 느껴져 일부 시청자들은 음모론을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지니 클릭수가 늘어나고 그것이 돈이 되니 전 세계에서 한국을 비방하는 영상 만들기 경쟁이 붙는 상황이다.
알고리즘에 의해 확산하는 가짜뉴스
일본은 아직 전통 미디어가 강하다. 게이오대 배윤 선임연구원은 “일본은 기존의 ‘올드 미디어(신문,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이 강한 편”이라며 “이들 매체는 여전히 공신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가짜 음모론 영상이 단지 소수 채널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를 구조적으로 확산시키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시청자가 혐한(嫌韓)이나 반중 영상을 몇 편 시청하면, 유사한 콘텐츠가 끊임없이 추천된다. 예를 들어 지난 8월 말 일본 방송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기소’ 기사 옆에 극우 성향 채널의 음모론이 추천되고 있었다. 더구나 ‘한국 43조달러 부채, 드디어 붕괴 시작’이라는 터무니없는 내용이다. 시청자들은 가짜뉴스를 방송사 뉴스와 동등한 신뢰도를 가진 것처럼 인식하게 된다.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가 한두 개의 혐한 영상을 클릭하면 유사 콘텐츠를 계속해서 보여주는 방식인데, 그 결과 사실과 허구의 경계는 흐려진다. 사용자는 자신의 믿음과 일치하는 이야기만 소비하는 확증편향에 빠지게 된다. 문제는 갈수록 온라인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이다.
데라시타 가즈히로 도쿄대 교수(정치학)는 “한국은 정치 콘텐츠가 활발히 유통되고 정치 관련 유튜브 채널 구독자도 많은 편이지만, 일본은 아직까지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닌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젊은 세대일수록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거의 보지 않고 X,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소셜미디어)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러한 세대 변화와 매체 이용 행태를 고려하면, 향후 유튜브가 일본 정치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는 ‘반공’ 최전선?
갑작스럽게 음모론이 확산된 직접적 계기는 12·3 비상계엄이다. 대표적인 것이 ‘반일 프레임의 반작용’이다. 윤 전 대통령을 ‘친일 정치인’으로 묘사한 영상을 보다 보니, 그를 지지하는 집회를 ‘반일 세력과의 전쟁’이라고 생각해 일본 우익 시청자에게 동질감을 준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반공’ 논리가 따라 붙는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소련 붕괴 이후의 한국 ‘반공’ 논리는 일본 극우 세력이 만들어 수입한 개념”이라고 지적하며 “일본 극우는 한·미·일 공조를 실질적인 군사동맹으로 전환해 중국 견제에 한국을 전면에 세우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국정원 출신 한국인들과도 접촉하며 혐중·반공·친미라는 이념적 프레임을 퍼뜨려왔다”고 밝혔다.
데라시타 교수는 “그런 주장(음모론, 가짜뉴스)을 신뢰하는 일본인은 매우 소수에 불과하다”면서도 “애초에 한국 정치 자체에 관심을 갖는 일본인은 극히 일부이고, 이러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층은 정치적으로 성향이 뚜렷한 사람들”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원래 보수적이거나 혐한적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그런 유튜브 콘텐츠를 찾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상 영향력과 관련해 데라시타 교수는 “이러한 음모론 콘텐츠는 현재로서는 일본의 대(對)한국 인식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면서도 “한국 문화를 좋아하던 유튜버의 기존 구독자들 일부가 시청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콘텐츠 소비자들 다수는 ‘문화는 문화, 정치는 정치’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음모론 콘텐츠를 반드시 신뢰하거나 수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극우를 뭉치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배윤 연구원은 “일본어 유튜브 콘텐츠는 어디까지나 ‘선택적 소비’에 가깝다”고 언급하며 “즉 이미 특정 주장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 해당 콘텐츠를 찾아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주의·주장의 강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그 신뢰가 일본 사회 전체 여론으로 확산되고 있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반중’의 연장선 ‘반한’
최근의 유튜브 음모론 흐름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호사카 교수는 “결국 ‘중국 위협론’이 핵심”이라며 “중국이 위협이 되어야 일본과 한국의 극우가 존재 이유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미요지 전 논설위원은 “한국 관련 음모론도 결국 중국 관련 불안의 연장선상에서 소비된다”며 “윤석열이든, 이재명이든, 그들에 대한 평가는 궁극적으로 ‘친중인가 아닌가’라는 프레임에서 이루어진다”고 분석했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 극우는 남한 내부에서의 연대를 찾으려 했고, 그 연결고리가 뉴라이트였다”고 밝히며, “이들은 한·미·일 군사동맹을 통해 공산주의 잔재를 제거하고, 동시에 막대한 자금을 흐르게 한다”며 사실상 ‘비즈니스’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노선과 한국에 대한 감정은 다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데라시타 교수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이라는 것과, 음모론을 수용하거나 혐한적 태도를 갖는 것은 반드시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문화를 좋아하고 소비하는 것과 정치적으로 한국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갖는 것은 양립할 수 있다”며 “이는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수용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반드시 한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이해나 호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까지 일본 언론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우려도 음모론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실제 일본 주류 언론에서 이 대통령을 ‘뿌리 깊은 반일 정치인’으로 묘사했다. 여기에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작용했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 보수 매체들은 윤 전 대통령을 한·일 화해의 상징처럼 다뤘지만, 2025년 들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과격한 행동을 보이자 태도가 바뀌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윤석열은 이제 일본 우익 내부에서도 ‘의존 성향이 강한 지도자’ ‘보수의 한계를 드러낸 인물’로 평가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반일·반미 성향’이 강하다고 의심했지만, 소년공 출신으로 고생하며 인권변호사가 된 배경 때문에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는 현실주의자’라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전염병’ 막아야
극우 유튜브 영상은 일본 정치 상황과도 관련이 깊다. 일단 더욱 보수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윤성준 소장은 향후 일본 정치 방향에 대해 “일본은 미국의 트럼프 현상과 유사하게 ‘일본 퍼스트’, 즉 우익 민족주의적인 방향으로 더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카이치 사나에가 총리가 된다면 이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한국 입장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같은 인물이 더 나은 파트너였겠지만, 현재 흐름은 그 반대”라고 분석했다. 다만 윤 소장은 “다카이치 사나에는 ‘너무 지나치다’는 반응이 많다”며 “젊은 얼굴인 고이즈미 신지로를 미는 분위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우경화는 일본 정치 상황상 어쩔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윤 소장은 또한 “일본 정치 지형에서 극우 세력의 비중은 약 20%이며, 총리 지지율의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지율이 이 아래로 떨어지면 자민당 내부에서도 총리를 끌어내리는 구조”라며 “총리들은 지지율을 방어하기 위해 우경화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참정당 돌풍’이 불었다. 700만표 이상을 득표해 14명을 당선시켜 집권 여당 자민당의 몰락을 가져왔는데, “닛폰진 퍼스트(일본인 우선)”를 주장했다.
배윤 연구원은 최근 일본 내 참정당 돌풍에 대해 “물론 걱정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참정당과 같은 극단적 정치 세력은 일본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참정당 부상도 그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며 일본 정치 지형의 역사적 맥락을 강조했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적 경기 침체를 겪었고, 글로벌화·디지털화에 따른 충격, 그리고 정치개혁의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사회 변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수적 정서가 부상했다”는 평가다. 그러면서도 “정치적으로는 다양한 주장을 가진 정당이 등장할 수 있지만, 이들이 중장기적으로 국가의 외교나 안보 방향을 좌우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차기 총리와 관련해 여소야대(집권여당이 참의원 등에서 소수인 상태)의 국회 구조 속에서는 설령 강경 보수 성향의 인사가 총리로 선출되더라도, 정치적 입장이 그대로 외교나 안보 정책에 반영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배 연구원은 “특정 주장을 내세운 지도자가 총리에 오르더라도 한국이 일관된 대일 외교를 유지하고, 한·미·일 공조를 기반으로 외교 노선을 전개한다면 큰 충돌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한 가짜 유튜브 문제는 단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일 양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동시에 병들게 하는 ‘디지털 전염병’이다. 전문가들은 플랫폼의 알고리즘 책임, 팩트체크 강화, 언론의 자율적 검증을 대응책으로 제시한다. 나아가 “이것은 진실인가, 아니면 조작인가”를 시민 스스로 끝없이 묻고 질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