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울산의 한 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일부 동대표로부터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집단 사직한 사건과 관련해 진정을 받아 조사한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가 근로기준법상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사용자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A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입대의 측에 제기한 직장 내 괴롭힘 진정에 대해 최근 ‘행정 종결’ 처리했다고 5일 밝혔다. 행정 종결은 경찰의 내사 종결과 비슷하다. 법상 처벌할 근거가 없거나 범죄 혐의가 없다고 보고 검찰로 사건을 송치하지 않고 종결했다는 의미다.
고용부 울산지청에 따르면 앞서 A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낸 진정서에는 관리실 직원 9명이 입대의 회장을 비롯한 3명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행위 20건이 적시돼 있었다.
고용부 울산지청 관계자는 “입대의가 근로기준법상 관리실 직원들의 ‘사용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근로자 또는 사용자’에 해당돼야 적용된다. 이 관계자는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입대의와 위수탁 관리 계약을 체결한 주택관리업체의 근로자들로, 관리실 직원들의 사용자는 주택관리업체”라고 했다. 즉, 입대의와 관리실 직원 사이에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잇따르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20년 아파트 경비원을 괴롭히는 제3자도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또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제3자인 아파트 주민이나 입대의가 갑질을 할 경우에도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고용부 울산지청 관계자는 “입대의가 인사·노무 관리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지휘·감독권을 행사하거나 주택관리업체를 유령업체 등으로 세워서 고의로 근로계약을 하는 ‘묵시적 근로계약’이라는 게 있는데, 사용자성을 확장해서 법리를 적용해봐도 현 주택관리업체의 사용자성을 부인할 만한 것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입대의의 부당 간섭이 있었다고 보고 주택관리업체와 입대의 측에 유사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공문을 보냈다”며 “또 집단 사직한 A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했다.
한편, 지난 7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울산의 한 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일부 동대표와의 갈등 끝에 집단 사직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됐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안내문 사진을 보면 ‘관리실 직원 전원 사직’이라는 제목의 안내문에 “관리사무소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최선을 다해 입주민과 공동체의 이익 및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라며 “그러나 일부 동대표들의 다음과 같은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더 이상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부득이하게 관리실 직원 전원이 사직하게 됐습니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