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역만리 떨어진 하와이 사탕수수 밭에서 번 돈을 쪼개 독립 자금으로 보내는 등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하고도 그동안 이름도 없이 묻혀 있었던 독립운동가 65명이 명예롭게 고국으로 돌아온다.

광복 80주년 기념으로 국립창원대학교가 만든 대형 현수막. /국립창원대

국립창원대학교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지난 12일 국가보훈부에 미국 하와이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 65인의 서훈을 신청했다고 13일 밝혔다. 독립운동가 후손이나 지자체가 아닌 대학교가 독립운동가 서훈 신청을 주도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립창원대 측은 65명에 대한 개인별 공적조사서와 수년간 축적한 입증 자료 등을 첨부해 경남동부보훈지청에 제출했다. 서훈 신청서는 국가보훈부 심사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이번 서훈 신청은 국립창원대 박물관이 지난 2019년부터 자체적으로 진행해 온 ‘하와이 한인 이민자 연구’ 발굴의 결실이다. 하와이는 대표적인 한인 이민 지역이다.

1902년 12월 인천에서 노동자 121명이 배를 타고 하와이로 향했고, 1905년까지 한국인 노동자 7400여 명이 하와이로 이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립창원대가 하와이 한인 이민자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은 하와이대학교 힐로캠퍼스 영어영문학과 루앙피닛 교수가 지난 2018년 국립창원대를 찾았던 것이 계기가 됐다. 루앙피닛 교수는 한인 이민자들의 무덤이 수십 년간 관리가 안 되고 방치되는 것을 안타까워했고, 국립창원대가 공동 연구를 제안했다.

하와이 현지 독립운동가의 묘비를 찾아 추모하고 있는 국립창원대학교 하와이 조사단. /국립창원대

국립창원대는 2019년 문경희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김주용 창원대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루앙피닛 교수 등으로 조사단을 꾸렸다. 이후 하와이 현지에서 한인 이민자 묘비 조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들을 꾸준히 발굴해 오고 있다. 지난달 기준 국립창원대가 조사한 하와이 한인 이민자 묘비는 1600기에 달한다. 이 중 독립유공자로 추서됐음에도 위치를 찾을 수 없었던 묘소 11기를 발견하는 성과를 냈다.

이번에 국립창원대가 서훈 신청을 하게 된 독립운동가 65인은 소재가 불분명했던 묘비를 직접 발굴해 확인하고, 기록과 교차 검증 작업을 통해 대한인국민회, 대한부인구제회 등에서 활동하거나, 독립운동 자금 지원 등 공적이 확인된 이들이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하와이 한인 이민 사회에서 독립운동 자금 모금, 교민 교육, 한인회 활동, 민족정신 고취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조국 광복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국내에서는 그 공적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한인 사회의 결속과 항일운동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범 김구는 자서전 ‘백범일지’에 “하와이 이민자들이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에 크게 기여했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에 국립창원대가 발굴해 서훈 신청한 대표적 인물 중 한 명인 이만정(李萬貞·1870~1949) 선생은 한인 이민 1세대로, 1905년 노동 이민으로 하와이로 건너가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며 번 돈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지원했다. 당시 하와이에서 발행된 신문 ‘국민보’ 1942년 3월 18일 자 기사에는 이만정 선생이 “내가 70세에 남은 희망이라고는 조선 독립밖에 없소”라며 하와이 한인들에게 독립운동 자금 기부를 독려한 절절한 문구가 발견되기도 했다.

국립창원대가 한인 독립운동가 윤계상 선생의 손자인 윤동균씨(왼쪽) 가족과 함께 하와이 현지 묘소를 참배했다. /국립창원대

윤계상(尹繼常·1867~1922) 선생은 하와이 결사 단체 ‘포와하나연합회’ 총무, 대한인국민회 하와이지방총회 부회장·중앙총회 하와이특명위원 등을 역임하는 등 활발한 독립운동을 했다. 하와이 현지 한인여학교·한인기독학원을 세우고 교사로 활동하며 민족 교육과 한인 사회 발전에도 이바지했다. 당시 호놀룰루 일본 영사관은 윤 선생을 ‘불령선인’(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말을 따르지 않는 한국 사람을 이르던 말)이라며 조선총독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원 국립창원대 총장은 “이번 독립운동가 서훈 신청을 통해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헌신했으나 머나먼 타국에 잊혀 있던 분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자 한다”며 “대학의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한 분의 애국지사라도 더 찾아내고, 그 위업을 알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