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밤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부모가 외출한 사이 불이 나 어린 자매 2명이 숨졌다. 소방 당국은 불이 거실 에어컨 주변 멀티탭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3일 부산소방본부와 기장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58분쯤 부산 기장군 기장읍의 한 아파트 6층에서 불이 났다.
집 안에선 9세·6세 자매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언니는 거실 발코니 앞에서, 동생은 현관 중문 앞에서 각각 발견됐다. 소방대원이 아이들을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당시 집 안에 부모는 없었다. 부부는 “볼일이 있어 외출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부부는 집 근처에서 치킨집을 운영했지만, 화재 당시 가게에서 일을 하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방화 등 범죄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소방과 경찰은 이날 합동 감식을 벌였다. 소방 당국은 “불은 거실에 놓인 스탠드형 에어컨 주변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에어컨 주변 멀티탭에 단락(합선) 흔적이 있었다”며 “폭염 속에 에어컨을 과도하게 사용하다 불이 났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발생한 에어컨 화재는 총 1429건이었다. 18명이 숨지고 100명이 다쳤다. 단락 등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가 79%를 차지했다.
소방 관계자는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에어컨 화재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며 “에어컨은 생각보다 전기를 많이 먹기 때문에 콘센트에 직접 꽂아 써야 안전하다”고 했다.
소방은 층간 소음을 줄이기 위해 거실에 깔아 놓은 매트가 불을 더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불이 나기 2~3시간 전쯤 아파트에서 정전이 발생했다”는 주민 진술도 확인 중이다.
이 아파트는 2007년 준공됐다. 화재 경보기는 있지만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기 전이었다.
앞서 지난달 24일 오전 4시 15분쯤 부산진구 개금동에서도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불이 나 10세·7세 자매가 숨졌다. 당시 부모는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간 상태였다. 이 아파트도 지은 지 오래돼 스프링클러가 없었다.